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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최대한 자율을…美 벨몬트고에서 본 '고교학점제'

연합뉴스

입력 2025.02.28 08:14

수정 2025.02.28 08:18

대학처럼 각자 수업 선택, 교실로 이동…입시 준비도 스스로 임태희 경기교육감 방문해 수업 참관…"고교학점제 안착 기대"
학생에게 최대한 자율을…美 벨몬트고에서 본 '고교학점제'
대학처럼 각자 수업 선택, 교실로 이동…입시 준비도 스스로
임태희 경기교육감 방문해 수업 참관…"고교학점제 안착 기대"

(보스턴=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27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께 미국 매사추세츠주 벨몬트고등학교.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3층짜리 붉은 벽돌로 된 학교 건물 1층 식당에 학생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벨몬트고등학교의 수학 수업 (출처=연합뉴스)
벨몬트고등학교의 수학 수업 (출처=연합뉴스)

아침과 점심 하루 두 끼를 제공하는 이 식당의 이날 점심 메뉴는 미트볼샌드위치, 치킨샌드위치, 치즈버거, 햄버거, 피자, 샐러드 등으로 학생들은 이 가운데 하나를 고르거나 싸 온 도시락을 꺼내 점심을 해결했다.

우리나라의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인 7∼12학년, 1천500여명의 학생이 있는 곳이지만 점심시간임에도 식당은 붐비지 않았다.

대신 교실 밖 학교 곳곳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수업이 시작됐음에도 이러한 모습은 이어졌다.



많은 학생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 공부하거나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 학교 12학년 이안 군은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자유를 준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시간표를 짜서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에는 각자 알아서 학교 곳곳에서 공부하거나 대화하거나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실 입구에는 몇 학년 몇 반이라고 쓰인 표찰 대신 해당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사의 이름과 과목명이 적혀있었다.

벨몬트고등학교 (출처=연합뉴스)
벨몬트고등학교 (출처=연합뉴스)

학생들은 50분 수업 이후 5분의 휴식시간 동안 자신의 시간표대로 교실을 찾아 이동하느라 분주했다.

교실 352호 첸 교사의 생물 수업에는 11명이 출석해 인근 보스턴 지역에서 유명한 블루크랩의 생태와 특징을 배운 뒤 2∼3명씩 모여 블루크랩을 해부해 갑각류의 구조를 살펴봤다.

이 교실은 생물수업 전용 교실로 곳곳에 주기율표와 인체 골격 모형, 현미경 등이 놓여있었다.

11학년 에이린 양은 "이 학교에 3년째 다니는데 모든 면에 만족한다"며 "특히 내가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오후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난 뒤에는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다양한 클럽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미국에 와 이 학교 11학년인 문채빈 양은 "한국에서는 공부를 제일 많이 시켰는데 여기서는 공부 외에 학생이 원하는 다른 활동을 더 많이 시킨다"며 "그게 가장 큰 차이 같다"고 했다.

이미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며 학생의 자율성을 많이 보장하는 미국 내에서도 이 학교는 특히 학생에게 많은 자율을 부여하는 편이다.

수학을 가르치는 한국계 미국인 그레이스 최 교사는 "이 학교에서도 학년마다 꼭 들어야 하는 수업이 있는데 11학년의 경우 영어, 수학, 사회, 생물은 반드시 들어야 한다"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데 이 학교는 미국에서도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많이 주는 축에 속한다"고 전했다.

SAT(미국 대학입시 시험)를 비롯한 대학 입시 준비도 학생이 스스로 해야 한다.

벨몬트고등학교의 생물 수업 (출처=연합뉴스)
벨몬트고등학교의 생물 수업 (출처=연합뉴스)

한국계인 12학년 로 진 양은 "자율성이 많은 대신 SAT와 각 대학이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보는 여러 활동 등 대입 관련 준비도 스스로 해야 한다"며 "저는 현재 대학 몇곳에 원서를 접수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인데 봉사활동을 1천200시간 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달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보스턴과 벨몬트를 방문 중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벨몬트고를 방문하고 수업을 참관했다.


임 교육감은 "올해 우리나라에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데 경기도에서는 2022학년도부터 모든 학교가 연구·준비학교로 지정돼 시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준비한 만큼 올해 경기지역 학교들에서 고교학점제가 벨몬트고처럼 안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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