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5·18 사업 입찰' 기초의원들…"본적도 없는 일" 비판·공분(종합)

뉴시스

입력 2025.03.19 17:03

수정 2025.03.19 17:03

광주 서구의회 전승일 의장 업체에 김형미 의원 취업 '총괄PD'로 입찰 제안·PT 한 직후에야 겸직 허위 신고 의장에 신고만 하면 투잡한다…겸직신고제 '유명무실' 탄핵 정국 속 5·18사업 '눈독'…각계 규탄 목소리 봇물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의회.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의회.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박기웅 이영주 김혜인 기자 = 광주 서구의회 의장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취업한 소속 의원이 공공기관 발주사업 입찰 PT(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하고도 뒤늦게 겸직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이 의장 업체에 취업해 계약 수주에 나서는 뛰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허울 뿐인 겸직 신고 제도는 무력하기만 했다.

엄중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선출직 본연의 책무는 제쳐두고 5·18민주화운동 유산 사업 수주를 통한 사익 추구에 천착했다는 점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의장 사업체 입찰 PT 뛴 기초의원, 겸직 허위 신고

19일 광주 서구의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김형미 서구의원은 지난 4일 의회사무국에 겸직 신고서를 제출·접수했다.

김 의원은 같은 당 전승일 서구의회 의장이 접수하는 겸직신고서에 '올해 3월1일부터 공연기획업체 A사에 기획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A사는 전 의장이 10년 넘게 운영하며 '대표이사' 직함으로 겸직 신고까지 한 업체다. 의장의 사업체에 소속 의원이 직원으로 일한 것이다. 겸직 신고조차 허위였다.

김 의원은 A사 최초 근무일로 신고한 3월1일에 앞선 지난달 중순부터 A사에서 일하고 있다.

A사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가 지난달 11일 공모 재공고를 낸 '2025년 오월어머니의 노래 국내외 공연 대행' 용역 입찰(4억7680만원 규모)에 참여했다.

김 의원은 같은 달 24일 총괄프로듀서·사업관리자(Project Manager) 직함으로 A사의 사업 제안서를 냈다. 김 의원은 나흘 뒤인 같은 달 28일 입찰사 선정에서 배점이 가장 높은 직접 PT(제안서 심사) 발표도 했다.

A사 대표인 전 의장은 2월1일부터 김 의원에 대한 4대 보험을 가입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2월17~18일부터 (A사에서) 일한 것으로 기억한다. 근로계약서 없이 낙찰이 되면 최소 보수를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모두 "계약 수주 자체는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규나 절차에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 입찰 평가 결과 A사는 기존 업체를 제치고 우선 계약 협상자로 선정됐다. ACC는 A사와 구체적인 계약 내용 등을 협의하는 대로 이르면 내달 초 최종 계약까지 맺는다. A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자초지종을 파악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의회 겸직신고서. (사진=광주 서구의회 제공) 2025.03.19.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의회 겸직신고서. (사진=광주 서구의회 제공) 2025.03.19. photo@newsis.com


◆의장에 신고만 하면 투잡 한다…신고제 부실

김 의원이 신고한 A사의 최초 근무일은 허위 신고였다. 전 의장 역시 대표로서 모를 수 없었다. 현행 법령과 조례가 정한 겸직 신고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겸직 신고 실무를 맡은 서구의회 사무국은 김 의원의 겸직신고서만 받았을 뿐 재직증명서나 4대 보험 가입 증빙 등을 받지는 않았다.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어떻게 의정활동 외 영리활동을 하는지 겸직 신고 내역을 확인·증빙하는 절차가 없었던 것이다. 신고서 제출 이후에도 이렇다 할 검토는 없었다.

겸직 신고 제도를 규정한 현행 지방자치법과 서구의회 자체 조례는 무용지물이었다.

의장은 겸직하려는 기관·단체의 정관 제출 등을 요구하거나 해당 직책의 사임을 권고할 수도 있지만 임의 규정에 불과하다. A사 대표인 전 의장은 자신이 고용한 김 의원의 겸직 신고를 당연하게도 추가 증빙 요구 또는 사임 권고를 하지 않았다.

[광주=뉴시스] 오월어머니 노래 공연.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오월어머니 노래 공연.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엄중한 탄핵 정국 속 5·18사업에 숟가락?

이들 의원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한 지난달 말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심리가 막바지에 접어들 시기였다.

12·3 비상계엄 이후 연일 지역 시민사회는 대통령 파면을 외치며 광장으로 나왔다. 광주시민들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겪은 계엄 트라우마는 아직 진행형이다.

광주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불면을 호소하며 조속한 탄핵 심판과 정국 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소속 정당인 민주당도 헌정질서 회복 목소리에 힘을 보탰고 이달 들어서는 대대적인 장외 여론전에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당원이 탄핵 촉구 1인 시위 도중 쓰러져 숨지기도 했다.

민주당 시·구의원 10여명은 일주일 넘게 5·18민주광장에서 철야 단식 농성을 벌이다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엄중한 정국 속에서도 전 의장과 김 의원이 일하는 A사는 우선 협상 계약자로서 ACC와 구체적인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노린 사업이 5·18민주화운동의 유산인 '오월어머니의 노래' 공연 기획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시선은 더욱 따갑다.

광주시민들이 1980년 5·18 당시 겪은 계엄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이다. 때문에 광주시민들은 비상계엄 이후 조속한 파면과 정국 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느 지역보다도 높다.

선거철마다 '오월정신 계승'을 내세워 선출되는 의원들이 책무는 제쳐두고 5·18 유산사업을 따내려는 사익에만 매달렸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서구의회. 2025.03.19.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서구의회. 2025.03.19. leeyj2578@newsis.com

◆"시민 눈높이 안 맞아" "함량 미달" 잇단 규탄

지역사회에서도 "민의기관으로서 위상과 역할이 추락할 수 있다"며 비판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의장이 동료 의원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법·규정 위반을 떠나 현역 지방의회 의장, 의원이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하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도 "의원이 갖는 직위가 계약 과정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늘 조심해야 한다. 의원이 입찰 발표까지 나서며 영업을 자임하는 것은 지방의회가 시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 한 기초의원은 "동료의원 회사에 입사하고 겸직 신고를 한 것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일이다. 의원 개개인이 각기 독립기관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면 의정활동 중 판단을 해야 할 때 의견이 침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의원은 "금전 관계로 얽히면 의정활동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탄핵 정국 속 다른 의원들은 철야 단식농성하는 비상 시국에 사업을 따내려 했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진보당 광주시당은 보도자료에서 "온 국민이 윤석열 탄핵 응원봉을 밝히며 민주주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5·18을 활용한 수익사업에 열 올린 함량 미달 의원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민주당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은 "절차가 공정했다고 하더라도 시민이 봤을 때는 이상하다. 선출직 의원들이 잘해야 한다.
시당 차원에서 당사자 해명을 듣고 사실을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pboxer@newsis.com, leeyj2578@newsis.com, hyein034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