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미국 상품의 지배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증시가 무역갈등 완화 기대감에 반등세를 보이자, 이를 추세적 상승으로 해석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주식형 ETF에서는 자금 이탈이 나타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4월 24일~30일) 개인 투자자들의 ETF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15개 종목이 미국 주식형 상품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75%가 미국에 투자하는 ETF인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TIGER 미국S&P500(212억원·2위) △KODEX 미국S&P500(112억원·5위) △TIGER미국나스닥100(70억원·9위) 등 대표적인 미국 지수 추종 상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또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147억원·4위),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2호(84억원·7위) 등 미국 배당 상품도 다양하게 담았다.
반면, 국내 주식 ETF에는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개인은 △KODEX 레버리지(-2515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704억원) △KODEX200(-397억원)를 각각 팔아치웠다. 이 기간 순매도 1위부터 3위다. 이외에도 △KODEX 코스닥150(-92억원) △TIGER은행고배당플러스TOP10(-74억원) △TIGER200(-66억원) 등 국내 주식형 ETF 전반에 걸쳐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개인들이 눈길을 돌린 배경은 '기대 수익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지수가 빠지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고, 최근의 반등을 추세적 상승의 신호탄으로 해석한 투자자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국내는 코스피 2500선을 고점으로 보고 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같은 기간 ETF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들을 살펴보면 절반이 미국 주식 관련 ETF 상품들이다. 이 기간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는 10.62% 상승했으며,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8.46%), TIGER 글로벌 AI플랫폼액티브(8.41%), KODEX미국AI소프트웨어TOP10(7.87%)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한국과 미국 증시 모두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관세 우려가 해소되더라도 한국은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증권 강대승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관세로 인한 주식시장의 하락 압력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이나 미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한국 수출 부진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달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서지 않은 것은 한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 심리 냉각과 더불어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2022년 고점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라며 "반면 유럽과 중국은 경기 부양에 대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 미국 외 국가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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