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용 수지·친환경 섬유 글로벌 공략
인증 체계 미비는 구조적 리스크
인증 체계 미비는 구조적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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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중국의 저가 공세로 플라스틱 범용 소재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삼양그룹과 휴비스가 '기술 초격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산업용 고기능 저융점섬유(LMF)와 반도체 수처리용 초고순수 수지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집중하며, 기술 장벽 자체를 수익 기반으로 삼는 전략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휴비스는 LMF 분야에서 '형태 제어'와 '가공 정밀도' 등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 접착력·탄성·내열성 등 특성을 용도에 맞게 정밀 조정해야 하는 LMF는 자동차 내장재와 흡음재는 물론 산업용 건축자재, 필터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된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친환경 소재 채택을 늘리는 추세와 맞물려 관련 수요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삼양그룹은 반도체 및 바이오 공정에서 필수적인 초고순수 정제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자사의 균일계 이온교환수지는 99.9% 이상의 초고순도를 구현해 극자외선(EUV) 공정 등 고난도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나노 단위 불순물 제거에 핵심적으로 쓰인다.
여기에 무약품 전기탈이온(EDI) 시스템을 결합해 화학약품 없이 고순도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친화적 솔루션을 구현했다. 단순 정수를 넘어 생산 수율과 공정 안정성을 좌우하는 기술로, 공정 최적화 경험과 미세 불순물 제어 역량까지 갖춘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드물다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기술 초격차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인증 체계의 미비는 여전히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국내 인증 제도 부재와 국제 인증 대응 역량 부족이 글로벌 진출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휴비스는 생분해 섬유 '에코엔(Ecoen)'이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 테스트를 통과한 바 있으며, LMF 분야에서는 화학재생 소재 기반의 친환경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는 관련 생분해 인증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재는 미국 ASTM, 독일표준원(DIN) 등 해외 인증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해양 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지만, 이를 상업적 규모로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양그룹 역시 유럽 시장 내 고순도 수지 수출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해양 분해 기준 충족 및 복잡한 환경 인증 요건 등 비관세 장벽에 직면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범용 플라스틱과 섬유 시장에 중국산 저가 제품의 침투가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초고순수 수지나 고기능 LMF처럼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고부가 제품군까지 중국이 추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증 및 지원 체계가 미흡한 상황에서 국제 시장 확대의 적기를 놓친다면, 중국 저가 제품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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