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에펠탑 14개 분량 철골' 에쓰오일 '샤힌' 석화 재도약 꿈 현실로

뉴스1

입력 2025.10.22 17:00

수정 2025.10.22 17:44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높이 118미터의 프로필렌 분리타워,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에쓰오일 제공). ⓒ News1 박주평 기자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높이 118미터의 프로필렌 분리타워,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에쓰오일 제공). ⓒ News1 박주평 기자


에쓰오일 홍보관에 마련된 울산 공장 축소 모형. 2025.10.22/뉴스1 ⓒ News1 박주평 기자
에쓰오일 홍보관에 마련된 울산 공장 축소 모형. 2025.10.22/뉴스1 ⓒ News1 박주평 기자


(울산=뉴스1) 박주평 기자 = 지난 21일 방문한 온산국가산업단지 에쓰오일(010950) 울산 콤플렉스는 거대한 기계 숲이었다. 대형 버스를 타고 샤힌 프로젝트 건설현장까지 가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상압증류탑, 하이드로크래커(HCR), 납사탱크 등 설비가 끝없이 이어졌다.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을 논의하는 등 구조조정 위기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은 활력이 넘쳤다. 국내 석유화학 설비로는 최대 규모인 높이 118m의 프로필렌 분리타워가 위용을 자랑했고, 추적추적 비가 오는 현장에서도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기존 설비보다 3~4배 이상 뛰어난 수율로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폴리에틸렌을 자체 생산한다. 에쓰오일은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를 부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기계숲 지나 만난 샤힌 현장…공정률 85%·내년 6월 완공

에쓰오일 온산공장은 1980년 상업 가동 이래 설비를 증설하고 모자란 부지는 해안을 매립해 확보하면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다섯 번째 규모의 정유 및 석유화학 시설로 성장했다.

광활한 기계숲을 지나 도착한 전망대에서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 2580억 원을 투자한 첨단 석유화학 복합시설이다.

축구장 120개 상당의 88만1000㎡부지 중 기존 공장과 맞닿은 48만㎡에는 TC2C 시설, 스팀크래커 등 기초유분 생산시설과 저장시설을 건설하고 이 구역에서 남동쪽으로 5㎞ 떨어진 40만㎡ 부지에는 에틸렌을 원료로 연간 132만톤의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폴리머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샤힌프로젝트 EPC(설계, 구매, 건설) 전체 공정률은 85%를 넘어 내년 6월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다.

컨테이너 형태로 만들어진 전망대의 전면 유리창 너머로는 샤힌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인 스팀 크래커 건설 현장이 바로 보였다. 스팀 크래커 10기 중 총 4기가 완공됐으며, 나머지 6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건설 현장에 있는 수십 미터 상공으로 뻗은 타워 크레인 예닐곱대가 공사 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가 오는 탓에 흙이 질척여 현장에 진입하지는 못하고 전망대에서만 지켜봤다.

일평균 1.1만명 작업자, 에펠탑 14개 철골 대공사

샤힌 프로젝트 시공 현장에는 하루 평균 1만 1000명의 작업자가 토목, 철골, 기계, 배관, 전기, 계장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토목공사에 레미콘 트럭 약 6만 대 분량의 물량이 투입됐고, 울산과 서울을 10번 왕복할 수 있는 8300㎞ 길이의 전선, 에펠탑 14개를 지을 수 있는 9만8634톤의 철골이 사용됐다.

스팀크래커는 원유에서 바로 LPG,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함으로써 수율을 3~4배 끌어올린 TC2C와 함께 샤힌 프로젝트의 핵심 설비다. 스팀크래커는 TC2C에서 생산된 원료를 800~850°C 고온에서 수증기와 함께 열분해한다.

정면의 왼쪽 뒤편으로는 118m의 프로필렌 분리타워가 시선을 끌었다. 스팀 크래킹으로 생성된 혼합가스는 프로필렌 분리타워로 보내져 고순도의 프로필렌으로 탄생한다. 탑이 높을수록 탑 상부와 하부의 온도, 압력 변화를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어 고순도의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프로필렌 분리 타워와 같이 거대한 설비를 공간 제약이 큰 현장에 설치하기 위해 시공사인 HDL 컨소시엄(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 E&C, 롯데건설)은 모듈화 공법을 활용했다. 외부에서 대형 타워, 반응기, 가열로, 컴프레서, 열교환기, 저장탱크 등 총 101개의 모듈을 제작해 공장으로 들여와 대형 기중기를 이용해 설치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변수가 많은 현장 작업량을 대폭 줄이고 그에 따라 공사 기간도 단축했다.

NCC 감축? 우린 다르다…10년간 14조 투자 '자신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최근 구조조정 논의가 한창이지만, 현장에서 만난 에쓰오일 관계자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재편 대상 포함 여부를 떠나 샤힌 프로젝트가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 앞서 1단계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RUC & ODC) 건설에 5조 원을 투입해 2018년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석유화학 사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최근 10년간 14조 원 이상을 투자한 것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 8월 국내 NCC 생산능력(1470만 톤)의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 톤 규모의 설비 감축을 골자로 하는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사업 재편에 나설 경우 금융, 세제, 규제 개선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가동 시 연간 국내 에틸렌 생산량의 12% 수준인 180만톤을 추가로 생산하게 돼 업계에서는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에쓰오일은 이렇게 생산한 에틸렌을 자체적인 폴리머 생산 공정에 활용하고, 잔여 에틸렌 및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은 국내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기존에 울산 석화단지 내 대한유화에 공급하던 나프타 물량도 샤힌프로젝트 가동 후에는 자체 소화할 예정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근원적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정부, 관련 업계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