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남자들의 우정을 다룬 코미디 영화는 예상되는 분위기와 흐름이 있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멀쩡하고 정상적인 인물들이 '한 무리의 사내 녀석들'이 되는 순간, 다소 모자라고 바보 같은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같은 헛발질의 연쇄작용으로 인해 엉뚱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 식이다.
2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퍼스트 라이드'(감독 남대중)도 크게 보면 비슷한 범주에 있는 영화이지만, 극의 말미에 등장하는 애수 짙은 성장담 한 방으로 차별화를 꾀한 점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는 연민(차은우 분)의 시점으로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서 '사총사'로 자라온 네 남자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고등학생 마지막 해를 보내는 이들은 클럽 DJ가 되고 싶다는 연민과 도진의 꿈을 응원하던 중에 이들의 우상인 DJ 사우스를 보기 위해 그가 참석하는 EDM 페스티벌이 열리는 태국으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운다. 연민이 곧 뉴질랜드 이민을 앞두고 있기에 네 사람은 꼭 함께 첫 해외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고3 수험생들의 해외여행을 부모님들이 허락할 리가 없다. 이에 태정은 "내가 하루에 3시간만 자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겠다"더니 덜컥 수능 만점자가 되고 만다.
아들의 엄청난 성적에 기분이 좋아진 태정의 아버지는 도진과 연민, 금복의 부모들까지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다. 태정의 아버지는 친구들에게도 원하는 것을 선물해 주겠다며 무엇이든 말해보라고 하고, 태정은 연민이 이민을 가기 전 세 친구가 다함께 태국 여행을 가고 싶다고 부탁한다. 아이들의 우정에 감복된 연민의 어머니는 여행비를 지원해주겠다며 나서고, 넷은 그렇게 꿈꾸던 첫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된다.
'30일'을 통해 대중적인 코미디 감각을 보여줬던 남대중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을 다수 만들어 냈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코미디를 견인한다. 특히 강하늘의 활약이 독보적이다. 남대중 감독과는 두 번째 호흡을 보여주는 그는 극단적으로 집요해서 웃긴 '완벽한 모범생'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잘 해내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현시점 연예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로 꼽히는 차은우는 영화 속에서 잘 활용됐다. 그의 '잘생김'을 코미디 소재로 사용하는 영화의 재기발랄함에 웃지 않을 수 없다. 차은우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모두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인데 뻔뻔하게도(?) 교복을 입고 캐릭터들의 10대 시절을 연기한다. 다소 위화감이 없지 않으나 코미디 영화로서 장르적 허용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일 정도는 된다.
마지막 반전은 일견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나 마음을 울리는 데가 있다. '웃다가 울리는' 패턴은 한국 영화의 인장인데, 관객몰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인공 중 한 명인 한선화부터 고규필과 윤경호 등 주·조연 캐스팅도 익숙하게 아는 맛이지만, 동시에 믿고 먹는 맛을 내기도 해서 영화를 편안하고 유쾌하게 즐기는 데는 도움이 된다. 상영 시간은 116분.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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