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부동산·환율 불안에 금리 2.5% 동결할 듯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 10월 통화정책방향회의가 오늘(23일) 열린다. 부동산 불안에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집값 기대 심리 억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관세 영향권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개선 전망을 내놓고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내년으로 밀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금통위는 한은 본관에서 통방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4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 낮춘 후 11월에도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번 금통위에 대해서는 동결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 관계자 85%가 2.50%로 금리 유지를 예상했다. 뉴시스 자체 설문에서도 전문가 12명 모두가 금리를 묶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8명이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을 점쳤다.
경기 여건만 보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한·미 무역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미·중 무역 갈등 등 글로벌 통상 여건도 악화됐다. 건설 경기도 부진하다. 한은은 지난 8월 우리나라가 올해와 내년 각각 0.9%와 1.6% 성장해 잠재성장률(약 1.8%)을 밑돌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금리를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는 한은이 그동안 인하 선제조건으로 내세워온 부동산 불안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9월 다섯째 주 2주간 누계로 0.54% 뛰었다.
집값 잡기에 총력을 다하는 정부와 엇박자를 내기도 힘들 뿐더러, 최근 부동산 대책 효과도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6·27 대책과 주택 공급이 담긴 9·7 대책에 이어 최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묶고 전세 대출과 실거주 의무를 강화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고환율도 골칫거리로 다시 등장했다.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요구 등이 더해지며 원·달러는 최근 143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의 대미 투자와 통화스와프 협의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
한은은 소비쿠폰 등 정부의 재정 집행에 따른 내수 회복세와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이 예상보다 좋다는 점을 들어 우선 부동산 불안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2.5%까지 내려오면서 추가 인하 여력 축소에 금리 카드를 아껴야 할 때라는 점도 이유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서울대 강연에서 "금리 인하를 한두 달 미뤄도 경기를 잡는데 영향이 없지만 인하 시그널로 집값이 오르면 크게 고생한다"고 했다. 그는 또 최근 국회 기재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유동성을 늘려 부동산에 불을 지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결국 이번 금통위는 부동산 대책 발표와 시행 직후 금리를 섣불리 낮춰 부동산 불안을 야기했던 지난해 10월과 달리 정책 효과를 보다 더 꼼꼼히 확인하겠다는 신중한 금통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추가 인하 시점에 대해 힌트를 얻으려는 질문과 금리 인하 기대를 늦춰 집값 심리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이창용 총재의 답변이 예상된다.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동결과 포워드가이던스에서 3개월 금리 유지 의견이 다수일 경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 이 총재의 부동산 불안에 대한 우려 메시지도 금리 인하 기대를 지연시키는 요소다.
신성환 금통위원의 선택도 관심거리다. 금통위 내 대표 비둘기로 평가받는 신 위원은 7월 회의에서 금리 유지를 주장했다가, 8월에는 금리 동결에도 나홀로 인하 소수 의견을 내며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봤다.
강민주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부동산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데 한 두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지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 관련 리스크로 인해 환율 안정화도 금리 인하의 전제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시그널을 확인한 후 한은은 내년 1월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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