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짓이 ‘죄책감’으로 돌아왔나?”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추석 명절 새벽 강원 태백의 한 국도에서 차량이 전복된 사고 이후 자취를 감췄던 운전자가 사고 2주 만에 숨진 채 발견돼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본보 2025.10.6. 보도 참고)
경찰의 압박이나 외부 요인이 아닌, 스스로의 ‘양심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던 것으로 보인다.
23일 태백소방서 등에 따르면 추석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6일 오전 0시28분께 태백시 문곡소도동 T모텔 앞 51번 국도에서 스타렉스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됐다.
차량은 심하게 파손되지 않았지만, 운전자는 현장에서 사라졌다. 비가 내리던 새벽,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이 인근을 수색했지만 끝내 행방은 묘연했다.
이틀 뒤 운전자 A씨는 렉카를 불러 자신의 차량을 정비업소로 옮기며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으나 그는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매뉴얼에 따라 사고 직전 인근 음식점에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인들은 “사람 다친 것도 없고, 큰 문제 될 일 아니다”라고 위로했지만, A씨는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에 깊은 괴로움을 느끼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사고 14일 만인 최근, 가까운 집안이 사는 집 근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과묵하지만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으로, 주변에서는 “착하고 순박한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인 B씨는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지만, 시골의 순박한 사람은 작은 거짓 하나에도 마음이 무너진다”며 “이 일은 법보다 양심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C씨는 “경찰이 압박한 것도 아닌데 ‘음주 논란’이라는 문제가 그렇게 큰 짐이었을 줄 몰랐다”며 “그의 죽음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이 스스로를 무너뜨린 안타까운 비극”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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