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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50일' 성평등장관 "부처 복원의 시간…'젠더갈등' 보다 '인식차'라 표현하고 싶어"

뉴시스

입력 2025.10.23 16:00

수정 2025.10.23 16:00

원민경 장관, 23일 취임 후 첫 간담회…부처 개편 등 소회 밝혀 "남녀 간 인식격차 심화…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 만들어야" "각자 '공정'으로 느끼는 분야 달라…숙의 통해 공존으로 나가야" "임신중지약물, 법 개정 전 조치 있기를…낙태죄 개정도 이미 늦어"
[서울=뉴시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취임 50일을 맞아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5.10.23. (사진=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취임 50일을 맞아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5.10.23. (사진=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오는 29일 취임 50일을 맞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3년간 멈췄던 성평등부의 시간을 시곗바늘로 옮기는 데 마음과 몸이 같이 바빴다"며 "젠더갈등 등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를 미루고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성평등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이날 원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18개월의 장관 공백기를 겪으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내부 피로감도 컸다"며 "이제 공백의 시간을 넘어 복원의 시간으로 나가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취임 한 달을 1년처럼 보냈다. 지난 3년간 멈췄던 시간을 시곗바늘로 옮기는 데 마음과 몸이 같이 바빴다"며 "조급함에 따른 과오를 낳게 될까 봐 조급하지만 신중하게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살피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남녀 간의 인식격차와 세대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며 "성평등은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는 보편적 가치로서 남성과 여성, 청년과 노년,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국적과 언어가 다른 이들까지 모두가 차별 받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일터에서의 성평등 실현 ▲피해자 중심의 젠더폭력 대응체계 강화 ▲온 국민을 포용하는 가족·돌봄 사회의 구현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 지원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어진 질의답변 시간에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남성 역차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원 장관은 '현재 파악하고 있는 남성 역차별 사례는 어떤 분야이며 이에 대한 성평등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병역과 관련한 부분이 제일 클 것 같다"며 "어떤 지점에서 차별로, 불이익으로 느끼고 있는지 서로 이야기하는 공론의 장을 10월 29일부터 파일럿 콘서트 형식으로 5회에 걸쳐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정책 우선순위를 따졌을 때 성차별과 젠더갈등 중 무엇이 더 시급하냐고 보시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저는 젠더갈등이라는 용어보다 시각차나 인식차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며 "(성차별과 젠더갈등이)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어쩌면 함께 풀려야 청년세대가 체감하는 불이익이 해소될 것이고, 이는 성평등 사회로 나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평등부 내 신설된 성형평성기획과와 관련해 구조적 성차별 해소보다는 남성 역차별 담론에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도 "전체 부처의 업무와 배치도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실 것"이라며 "성형평성기획과에서 다루고자 하는 의제가 성평등부 전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오히려 더 필요한 분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인식 격차가 있는 영역이 다양한 것 같다"며 "각자 공정성을 느끼는 분야에 대해 숙의를 통해 공감하고 공존으로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그 숙제를 더 미룰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진 않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취임 50일을 맞아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5.10.23. (사진=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취임 50일을 맞아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5.10.23. (사진=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최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취업사기와 인신매매 등에 대해 "그동안 성평등부에서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 업무를 진행해왔는데, 국내에 집중하면서 해외에서 일어나는 인신매매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다시 (관계부처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자 로드맵을 세웠고, 피해사실이 확인된 분들을 위한 각종 구조와 법률지원 등이 있다. 경찰청에 피해자들이 성평등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달라는 공문을 지난주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조용수 성평등부 안전인권정책관은 "올해 인신매매에 대한 예비조사를 진행 중이고 내년에 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정확한 인신매매 실태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지만 최근 3년간 사례판정위원회에서 (피해)확인서를 발급한 게 최근 3년간 45건이고 올해 19건"이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취임 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성매매 피해자 법률지원 활동을 해왔다. 이에 대해서도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 성매매가 가진 폭력적, 착취적 성격에 대해 확인한 바 있다"며 "헌재 결정을 통해 성착취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가 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성매매가 우리 사회에 갖는 의미나 그 성격에 대해 알리고 성매매 수요 차단, 비범죄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 등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원 장관은 정부조직 개편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이관 받은 여성고용정책 업무와 관련해 "노동부에서 그간 잘 수행해오셨지만, 확대된 성평등부에서 좀 더 다른 가치로 정책을 추진해보겠다는 생각"이라며 "정책 고민과정에 전문가와 현장의 여성노동자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협업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국정과제에 포함된 임신중지약물 도입과 관련해 "담당부처들이 서로 간의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계속 유통이 되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법 개정 전이라도 적극적인 조치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낙태죄와 관련해서도 "결정이 나온 이후로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지금 당장해도 이미 늦었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관련 부처에 현장과 여성계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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