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금속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금·은을 시작으로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용 금속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고 반도체 핵심 소재인 게르마늄은 '돈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과 은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각각 40%와 5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구리는 1년 내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알루미늄은 내년에 최대 45% 급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게르마늄은 25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中 수출규제·AI 수요가 불붙인 '금속 인플레이션'
24일 원자재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구리 수요는 2035년까지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기차,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 신흥 산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장되면서 수요와 가격 변동이 기존 예측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으로 구리 공급이 몰리면서 유럽과 아시아 지역 구리 현물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선물 가격은 최근 톤당 9200달러를 돌파해 1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루미늄 가격도 강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톤당 가격은 지난 20일 2773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 사이 5% 가까이 올랐다. 컨설팅사 하부알루미늄은 현재 LME 거래가가 내년 알루미늄 가격이 3000~40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게르마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상하이메탈스마켓(SMM)에 따르면 게르마늄 가격은 25년 만의 최고치인 킬로그램당 3000달러를 돌파했다.
게르마늄은 반도체와 적외선 센서, 광통신 등에 필수적인 전략 금속이다.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용 게르마늄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공급난이 본격화됐다. 이에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희소금속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금속 가격 상승 전 산업에 영향…"재활용·대체 위한 R&D 필요"
금속 가격 상승은 전 산업에 걸쳐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장 구리와 알루미늄 등 금속 사용 비중이 높은 배터리·전기차 산업에선 제조원가 부담이 커질 조짐이다.
또한 알루미늄이나 비철금속 가격이 올라가면 도금강판, 특수강의 원가가 올라 철강업계에도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비철금속 제련 능력을 갖춘 기업에는 수익 개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고려아연이 대표적이다.
완성차 제작 시 사용하는 강판, 배선 등의 소재 가격이 오르면 차량의 원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경량화 소재 및 재활용 알루미늄 같은 대응책이 확대된다면 경쟁력 확보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밖에 조선산업에서도 선박 건조 시 강재, 구리배선, 알루미늄 사용이 많아 소재비 상승은 부담이란 해석이다.
김수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광물 가격 상승은 결국 전 산업에 걸쳐 비용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광물을 비축하고, 재활용하고, 대체하는 연구개발(R&D)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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