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제거·방폭공구 사용 여부, 작업절차 준수 여부 등 조사
수소배관 볼트 풀다 '쾅'…6명 사상 SK에너지 폭발사고 원인은이물질 제거·방폭공구 사용 여부, 작업절차 준수 여부 등 조사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작업자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SK에너지 울산공장 수소 배관 폭발 사고 원인을 놓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경찰청과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사고 당시 작업 중이던 배관에서 수소가 새어 나오면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고는 SK에너지가 공장 전체 정기 보수공사에 착수한 지 사흘째 되는 날 발생했다.
당시 작업자들은 수소 배관의 유체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블라인드'(blind·배관 끝을 봉쇄하는 것)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작업은 배관의 이음새(플랜지)를 벌려 그 사이에 차단판(맹판)을 끼운 뒤 볼트로 다시 잠그는 순서로 이뤄진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맹판 설치 전 이음새를 개방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 이음새를 고정한 볼트를 공구로 풀다가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해당 배관을 작업하던 협력업체 직원 2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인근에서 다른 배관을 작업하던 협력업체 직원 3명도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현장을 관리하던 원청 직원 1명은 대피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다.
경찰은 사고 당시 배관에 남아있던 수소가 이음새 개방과 함께 외부로 새어 나와 불상의 점화원과 만나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배관 내 수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됐는지'가 조사의 1차 쟁점이다.
정상적인 순서대로라면 정기 보수공사 전에는 반드시 '퍼지'(purge)라 불리는 이물질 제거 작업을 거치게 된다.
배관에 불활성가스를 주입해 잔류 수소를 완전히 제거하고, 잔류량 검사를 거치고 나서 이음새를 개방해야 한다.
경찰은 해당 배관 작업 허가 전 이러한 이물질 제거 작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이후 잔류가스 농도 측정 등 안전 확인 절차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누출된 수소가 어떻게 점화에 이르게 됐는지다.
수소는 작은 정전기에도 큰 폭발이나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가연성 높은 기체여서 작업 시 방폭 공구 사용이 필수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사고 당시 사용한 공구를 확보해 소재와 방폭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외에도 작업허가서 상 구역과 실제 작업 위치가 일치했는지, 원·하청 간 작업지시 전달 과정에 오류는 없었는지, 작업 순서가 안전관리 기준에 맞게 이행됐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에 연관됐던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사고 전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원·하청 형사책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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