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공식 초청으로 방한한 12개국 유족 46명
'기억과 안전의 길' 찾아 헌화·묵념…서로 껴안으며 오열
[서울=뉴시스] 조성하 이윤석 수습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외국인 희생자 가족을 포함한 유족들이 함께 참사 현장을 찾았다. 고인의 사진을 품에 안고 '기억과 안전의 길'을 따라 걸은 유족들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5일 오후 1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현장인 '기억과 안전의 길'에 도착한 외국인 유족 40여명과 한국인 유가족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아이의 사진을 품에 꼭 안은 외국인 희생자 어머니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훔쳤고, 히잡을 쓴 여성은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이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벽을 어루만지며 목놓아 오열했다.
일부는 서로를 끌어안은 채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던 유족들은 두 손을 모아 한참을 묵념하다가도 끝내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이날 방한한 외국인 유족은 참사 희생자 26명 가운데 21명의 가족, 총 46명이다. 이란, 러시아, 미국, 호주, 중국, 일본, 프랑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12개국에서 왔다.
대부분이 처음 참사 현장을 찾았으며 이재명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6박 7일간 추모행사와 특별조사위원회 일정에 참여한다.
현장에는 보라색 옷을 맞춰 입은 한국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잊지 않겠습니다' '진상을 규명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 줄지어 들려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포스트잇에 "기억하겠다"는 글귀를 적어 헌화대 옆 빌보드에 붙였다.
매년 이태원 추모행사에 참여해왔다는 50대 남성 한모씨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외국인 여성분이 주저앉아 우시는 걸 봤는데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에서 온 50대 여성 송모씨도 "외국인 유족이 헌화하며 우는 걸 보고 한국인으로서 너무 미안했다"며 "이렇게 과학이 발달한 세상에 왜 진상규명이 아직도 안 되는지 모르겠다. 이유를 알아야 고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 늘 두렵다"고 했다.
외국인 유족들은 이날 한국 유족과 함께 4대 종교 추모예배에 참석했다. 행사에는 시민 100명 이상이 함께하며 희생자를 기렸다.
행진은 참사 희생자 159명을 상징하는 오후 1시59분에 시작해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출발, 삼각지역 대통령실과 서울역, 남대문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이어진다. 이어 최초 112 신고 시각인 오후 6시34분부터는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가 진행된다.
외국인 유족들은 추모행사 외에도 유가족 간담회와 특별조사위원회 방문, 합동 기자회견, 오는 29일 열리는 정부 공식 추모식 등 다양한 일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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