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은행의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이달 들어서만 20조 원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차례 부동산 규제로 촉발된 '영끌' 분위기 확산과 함께, 사천피(4000포인트) 돌파를 앞둔 증시에 자금이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한 듯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1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은행 대기 자금 20조원 감소…증시·코인·부동산으로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MMDA 포함) 잔액은 649조 5330억 원으로, 지난달 말 669조 7238억 원과 비교해 20조 1908억 원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7월(-29조 1395억 원)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언제든 되찾을 수 있는 예금이다. 소비자는 고금리 예금 상품의 만기 이후 이를 정기 예·적금 상품에 예치하지 않고 일종의 '대기성 자금'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요구불예금 자금은 주로 증시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0일 80조 6257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기준으로도 80조 1684억 원에 달한다.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증가 폭 이끌어…마이너스통장 급증
가계대출에선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급증했다.
지난 23일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9조 3202억 원으로, 지난달 말 38조 7893억 원 대비 무려 5309억 원 늘었다.
증시뿐만 아니라 코인 시장 활황으로 마이너스통장까지 뚫어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0.15 부동산 대책 등 세 차례에 걸친 부동산 규제로 일부 부족한 부동산 자금을 메우기 위한 움직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주로 증가세가 이어진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엔 신용대출이 이끌고 있다.
23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 5213억 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7134억 원 늘었다. 9월 말 2711억 원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1조 876억 원 늘었던 6월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이달 들어 주담대 잔액은 1조 2183억 원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다. 전세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1434억 원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 코인 시장까지 다양하게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규제 전 마이너스통장을 뚫어놓자는 수요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