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11월 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파이낸셜뉴스] “‘리골레토’는 권력과 복수, 사랑이 얽힌 비극이지만 음악적으로는 입문자에게도 친근한 오페라예요.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을 비롯해 베르디의 선율이 워낙 귀에 익고, 또 3막 4중창은 드라마틱한 감정의 교차가 매력적이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사랑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캐슬린 김(김지현)이 지난 2017년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 이후 7년 만에 다시 ‘질다’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당시 고난도 아리아를 수월하게 소화하며 명성을 입증했던 그는 오는 31일~11월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다시금 월드클래스의 면모를 뽐낼 예정이다.
‘리골레토’는 빅토르 위고의 희곡 ‘왕은 즐긴다’를 원작으로 한 3막 오페라. 광대 리골레토가 난봉꾼 공작에게 딸을 빼앗기고 복수를 꾀하다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권력과 음모, 사랑과 복수가 뒤얽히는 비극적 서사는 베르디 중기 3대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초연 이후 170여 년 동안 전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공연돼 왔다.
김 소프라노는 공연을 앞두고 “질다는 요즘 세대가 공감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라며 “하지만 저 역시 사랑을 할 때 다 퍼주는 스타일이라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특히 3막의 하이라이트인 4중창은 ‘내 연극에서도 4명이 동시에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효과적일까’라며 위고의 감탄을 자아낸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노래 자체가 어렵고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앙상블도 신경 써야 한다”며 “해답은 늘 감정에 충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단순한 음악적 기술을 넘어 자신을 유혹하는 여성에게 한껏 달아있는 공작과 연인의 실체를 알게 된 질다는 슬픔과 순수함, 리골레토의 절망과 복수심이 한꺼번에 어우러지며 음악적·감정적 고조를 안긴다.
“3막 4중창은 특별한 추억이 있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 오페라 아리아만 모은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출연료를 받고 부른 곡이 바로 그 콰르텟이었거든요.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비교적 부담없이 노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 부르니 감정의 무게가 더해져 쉽지 않네요.”
리골레토는 바리톤 알베르토 가잘레와 강형규가 맡고, 질다 역은 캐슬린 김과 나탈리아 로만이 더블 캐스팅됐다. 만토바 공작은 테너 박지민과 김진훈이 열연한다.
그는 "박지민 테너는 맑은 음색과 뛰어난 연기력이 강점"이라며 "이전에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함께 호흡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 무대에서는 훨씬 좋은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솔오페라단이 올리는 ‘리골레토’는 제3회 대한민국오페라어워즈 올해의 연출가상을 받은 김숙영이 연출을 맡았다. 회전 무대와 영상 매핑이 결합된 현대적 연출 위에 마르첼로 모타델리의 지휘가 극적 긴장감을 더할 예정이다.
“무대에 서다 보면 음악보다 자신이 먼저인 사람을 볼 때가 있어요. 유명한 아리아를 부를 때 작곡가가 의도한 감정과 호흡이 있을 텐데, 그보다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방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죠. 저는 내가 돋보이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 작품과 음악, 이야기 자체에 충실한 아티스트이고 싶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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