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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대미투자 방식·금액·시기 등 모든 게 여전히 쟁점"(종합2보)

연합뉴스

입력 2025.10.27 15:24

수정 2025.10.27 15:24

"타결 임박" 트럼프와 온도차…"지연이 실패는 아냐, 합리적 결과 도달할것" "제조업 르네상스 도우러 간 노동자들에 트라우마…비자는 미국에 더 큰 문제" "한국, 미·중이란 '두 맷돌' 사이 낀 나라…한미동맹 강조하며 대중관계 관리" "북미대화, 남북관계 개선에 결정적 역할…반드시 우리가 먼저 움직일 필요 없어"
李대통령 "대미투자 방식·금액·시기 등 모든 게 여전히 쟁점"(종합2보)
"타결 임박" 트럼프와 온도차…"지연이 실패는 아냐, 합리적 결과 도달할것"
"제조업 르네상스 도우러 간 노동자들에 트라우마…비자는 미국에 더 큰 문제"
"한국, 미·중이란 '두 맷돌' 사이 낀 나라…한미동맹 강조하며 대중관계 관리"
"북미대화, 남북관계 개선에 결정적 역할…반드시 우리가 먼저 움직일 필요 없어"

이재명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고동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무역 협상에서 최대 쟁점인 3천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양국 간 논의가 아직 교착 상태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우리가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큰 틀에서 무역 합의를 했을 때 한국이 하기로 한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을 두고 접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는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를 발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게 한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 의견 차이가 있지만, (타결)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포괄적 합의는 이미 이뤄졌고 세부 사항을 다듬는 중이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타결이 임박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언급에서는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약식 회견 가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약식 회견 가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가진 약식 회견에서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현재의 협상 상황에 대해 상당한 인식 차이를 드러내면서 오는 29일 경주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 타결을 선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방미 협의(현지시간 22일·한국시간 23일)를 진행한 다음날인 24일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던 한국 노동자 300여명이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 풀려난 사건과 관련해 "이런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과 합리적인 대우를 보장할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매우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를 돕기 위해 건너간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에 많은 한국인이 놀랐다"며 "노동자들에게도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겼고, 일부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유능한 인력인데, 외국에서 수갑을 차고 구금당하는 경험은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충격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의 제조업 재건을 돕고 있다면서 "사실 비자 문제는 한국보다 미국에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이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논의 중인 비자 체계 개선과 관련해 "머지않은 미래에" 해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 (출처=연합뉴스)
한미 연합훈련 (출처=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안보 현안에서는 한미 양국 간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외부 요인과 무관하게 북한을 억제할 준비가 돼야 한다면서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로 늘리기로 한 결정은 미국의 요구 때문이라기보다 자주 국방을 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유지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게 명백하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주한미군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 끼인 한국의 처지를 "두 맷돌(two grinding stones) 사이에 낀 나라"라고 비유했다.

다만 이런 처지가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한국은 계속해서 미국과의 동맹을 소중히 여기고 강조할 것이며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중국에 맞서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 아니며 항상 대화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의 조선업 재건에 협력하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고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이런 일이 미래에도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중국의 압박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가까운 시일 내에 재개되기를 바란다"며 "남북한 국민 모두가 위협을 느끼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 대화 재개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로서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협력을 위해서는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직접 소통 채널이 단절되고 적대감이 깊어진 상황에서 북미 대화는 남북관계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고집할 이유는 없다. 나는 실용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사람이다.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면 논리나 방식, 절차는 타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행의 최근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우리가 금리를 내리면 이미 문제인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 한은이 "옳은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과도한 부동산 투자로 인한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면서 한국이 30여년 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여전히 힘들어하는 일본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추세가 계속되면 버블은 필연적으로 터질 것이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단지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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