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Rendezvous'
김선우의 이러한 작업은 10여년 전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작품 활동을 위한 여행비를 지원하는 일현미술관의 '일현 트래블 그랜트' 프로젝트 신청이 계기가 됐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런 메시지를 작가는 서정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화면구성을 취하며 선명하고 밝은 색이 특징인 과슈로 채색함으로써 많은 이들의 시선과 공감을 유도한다.
2023년 제작된 'Rendezvous(사진)'에도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 영어로 '만남' 또는 '만날 약속'을 뜻하는 제목의 이 작품에서 홀로 남겨진 채 고립되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던 새에게 다른 새가 풍선다발의 힘을 빌려 다가오고 있다. 바다 한 가운데 높다랗게 솟아 올린 지형과 이를 감싼 구름들은 어려운 현실을, 먼 곳에서부터 찾아왔을 새와 다채로운 색감의 풍선들은 희망의 메시지를 은유한다.
작가는 화면의 가장자리를 수풀로 장식한 액자구성을 취해 시각적인 들여다보기에서 더 나아가 '감정 들여다보기'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이는 본능적인 자기방어로써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외면한 채 덮어두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를 타인의 이야기를 엿보는 형식으로 우회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선우의 작품은 이렇게 감상자가 자신의 감정과 자연스럽게 마주하고 풀어갈 수 있도록 다독여준다.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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