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50점이요. (뮤지컬을) 시작한 시간에 비하면 생각보다 잘 온 것 같지만, 갈 길이 멀고 지금부터가 더 어려운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살벌한 양아치에서 '은중과 상연' 속 다정한 대학 선배로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이룬 배우 김건우(33)가 이번엔 17세 고등학생 '곤이' 역으로 돌아왔다.
김건우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뮤지컬 '아몬드' 라운드 인터뷰에서 "작품 10개는 해야 '뮤린이'(뮤지컬+어린이) 타이틀을 뗄 수 있을 것 같다”며, 뮤지컬 배우로서 자신에게 '50점'을 매겼다. '아몬드'는 그의 네 번째 뮤지컬 도전작이다.
이 뮤지컬은 2017년 출간된 손원평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국내 150만 부 판매, 전 세계 30개국 이상 수출, 누적 판매 250만 부를 기록했다.
작품은 '아몬드'라 불리는 뇌 속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알렉시티미아'라는 선천성 질병을 앓고 있는 소년 '윤재'의 성장기를 그린다.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윤재가, 분노로 가득 찬 또래 소년 '곤이'와 자유로운 감성의 소녀 '도라'를 만나며 서서히 변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곤이가 변화하는 과정에 초점"
김건우는 '곤이'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곤이와 '더 글로리'의 손명오는 폭력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다"며 "하지만 비슷하다는 이유로 좋은 작품을 놓친다면, 배우로서 어리석은 일 같았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 뮤지컬 대본을 봤을 때 욕설이 많아 걱정했는데, 원작 소설을 읽고 나니 마음이 따뜻했고 뭉클했다"며 "그래서 꼭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를 준비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자칫하면 화만 내다 끝나는 인물로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곤이가 변화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등장 장면에서 '상종하고 싶지 않은 아이' 같은 인상을 주려고 했다, 처음에 거칠게 보여야 이후 변화가 선명하게 드러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뮤지컬의 특성상 소설보다 서사가 생략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관객들이 공연을 볼 때 공허함을 느끼지 않도록 (서사의) 빈틈을 채워보려고 노력했다"며 소설에는 있지만 뮤지컬엔 담기지 않은 부분들을 대본에 적어두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곤이가 윤재의 책방을 제집 드나들듯 찾는 이유가 뮤지컬에는 없어서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소설 속 그 이유는 이렇게 설명된다. "적어도 너[윤재]는 다른 사람들처럼 날 쉽게 판단하지 않더라고, 네 별난 머리 덕에."
"'김건우 곤이'를 봐야 하는 이유는"
김건우는 2017년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뮤지컬 배우로서는 올해로 3년 차를 맞았다. 그는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있었다.
"제가 잡고 있는 기준이 높아요. 뮤지컬은 분명히 노래로 관객들 귀에 선물을 주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제 실력의 평균치를 안정적으로 올려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겁니다. 퀄리티 높은 노래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도전하고 싶은 뮤지컬 작품이 있는지 묻자, 한참 뜸을 들이다 "'시라노', '멤피스'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지킬 앤 하이드'는 모든 남자 배우들의 꿈 아니겠냐"며 수줍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건우는 자신이 연기하는 '곤이'를 봐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펄떡이는 활어를 보고 싶다면, 그리고 최근 삶이 밋밋해 자극이 필요하다면 제 공연을 예매해 주세요."(웃음)
뮤지컬 '아몬드'는 오는 12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놀(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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