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수출통제는 경제적 강압" vs 中 "다자주의 강조·보호주의 반대"
개최국 韓, 양측 의견 조율 위해 물밑작업…"경주 선언 가능토록 노력"
[경주APEC] 공동선언문 도출에 통상부문 美·中 이견조정이 관건美 "中 수출통제는 경제적 강압" vs 中 "다자주의 강조·보호주의 반대"
개최국 韓, 양측 의견 조율 위해 물밑작업…"경주 선언 가능토록 노력"
(세종·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회의 최종 결과물인 공동선언문 채택을 위해 개최국 한국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통상 부문에서 자국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를 조율하고 합의된 '경주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28일 외교·통상가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공동선언문 도출을 위해 외교부를 중심으로 각국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APEC은 컨센서스(만장일치) 방식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21개 회원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반대하는 문구는 공동선언에 들어갈 수 없다.
공동선언 합의에 실패하면 의장국 권한 의장성명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는 이번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목표로 하는 한국으로서는 받아 들고 싶지 않은 성적표다.
경주에서는 전날 최종고위관리회의(CSOM)가 시작됐고, 오는 29∼30일에는 APEC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가 열린다. 이를 통해 정상회의 결과물 도출을 위한 최종 조율에 집중한다.
특히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의장을 맡는 세션 2(공급망·무역)에서는 지난 5월 제주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공동성명 내용을 기반으로 별도의 공동성명 채택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AMM 공동성명 내용은 곧 열릴 APEC 정상회의 결과물인 '경주 선언' 합의 도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문안에 담길지에 관심이 쏠린다.
공동선언문에 들어갈 문안과 관련해 통상 파트에서는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갈등을 키워온 미중 관계는 몇 차례의 고위급 무역 협상으로 '관세 휴전'을 선언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지만, 최근 입항 수수료 문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미국의 100% 추가 관세 위협 등으로 다시 '긴장 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이번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며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올해 4월 희토류 17종 가운데 중(重)희토류 7종의 대미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고, 해외 생산 제품에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된 경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해 미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 역시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적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5월 제주 APEC 통상장관회의 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당시 통상장관들은 각국이 다자무역체제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점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공동선언문 채택에 성공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미중 간 입장차가 커 개최국인 한국이 이를 조율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는 30일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미중 무역 대표단 간 협상에서 무역 갈등을 봉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면서 APEC 공동선언문 논의 과정에서도 양측이 끝까지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어느 선에서 양보하고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허리펑 부총리와 무역 합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며,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를 유예하고 미국은 대중 100% 추가 관세를 물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미중 관련 이슈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다른 쪽이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접점을 찾기 힘들지만, '제주 선언'을 기준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며 최종 결과물 도출을 위한 조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대운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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