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칭의 아이들'로 수상…심사위원단 "아동 성폭력 선연하게 짚어내"
혼불문학상 김아나 "지금도 악몽 시달려…피해자와 소통 원했다"'4인칭의 아이들'로 수상…심사위원단 "아동 성폭력 선연하게 짚어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저 역시 좋지 않은 일련의 사건을 겪었고, 그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같은 악몽을 반복해서 꿨습니다. 한동안 꾸지 않다가 작년 초 다시 악몽이 시작됐고, 그때 문득 많은 여성이 저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편소설 '4인칭의 아이들'로 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아나(38) 작가는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수상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와 비슷한 (좋지 않은 사건을 겪은) 사람들을 찾아서 소통하고 싶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어 "그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며 "하지만 저는 소설을 쓸 수 있었고, 그들을 찾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소설을 쓰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집필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된 '4인칭의 아이들'은 제프리 양이라는 사회 유력 인사가 만든 시설 '행복한 아이들의 복지 재단'에서 교육받던 아이들이 성적으로 착취당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 작가는 '4인칭의 아이들'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도 악몽을 자주 꾼다고 언급하며 "나는 이 꿈을 어린 시절 내내 꾸었다. 꿈은 그 누군가 내게 행했던 추악한 일이 남긴 오물 자국 같은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4인칭의 아이들'은 계속 서술 시점이 달라진다. 초반부는 아이들이 1인칭으로 직접 겪은 일들을 털어놓고, 중반부엔 제삼자가 아이들에게 벌어진 일을 3인칭으로 설명한다. 종반부에는 여러 피해자의 이야기가 광범위하게 서술되는데, 소설에선 이를 4인칭이라 부른다.
이처럼 각 인물의 관점을 모두 포착하는 동시에 전체 이야기를 포괄하는 이른바 4인칭 서술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의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사용한 바 있다.
김 작가는 "'4인칭의 아이들' 초고에서는 4인칭 개념이 없었지만, 동료 소설가들과 비평하는 과정에서 한 작가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4인칭 개념을 알려주며 이 소설에 적용하면 어떨지 제안해줬다"며 "4인칭은 같은 개념을 공유하며 경험에 대해 소통하는 집단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단은 수상작에 대해 "화자가 릴레이식으로 바뀌며 이어지는 탓에 이야기의 파편화를 막을 수 없고 장과 장 사이 모호한 구분으로 독법의 어려움도 야기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화법이 아니라면 아동 성폭력이라는 크고 무거운 주제를 선연하게 짚어낼 수 없을 거라 생각됐다"고 평가했다.
김 작가는 2021년 문학 플랫폼 '던전'에 단편소설을 실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23년 '1900XX'으로 제6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받았다.
혼불문학상은 대하소설 '혼불'을 쓴 소설가 최명희(1947∼1998)의 문학정신을 기려 제정된 상이다.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신인·기성 작가 구분 없이 당선작을 선정하며 상금은 7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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