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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전하는 말' 김희갑 “아내가 쓴 이선희 노랫말에 마음이 갔죠"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8 15:55

수정 2025.11.03 13:35

아내 양인자와의 러브스토리 언급
작곡가 김희갑과 작사가 양인자 부부가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곡가 김희갑과 작사가 양인자 부부가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가수 장사익, 작사가 양인자, 작곡가 김희갑, 양희 감독. 연합뉴스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가수 장사익, 작사가 양인자, 작곡가 김희갑, 양희 감독.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하루 중에서 내 생각 얼만큼 많이 하나요.’
양인자가 작사하고 김희갑이 작곡한 가수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 가사 중 일부다. 국민 작곡가 김희갑이 아내 양인자와의 러브스토리를 떠올리며 이선희의 노래를 회상했다.

28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다큐멘터리 ‘바람이 전하는 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양희 감독과 김희갑, 양인자, 장사익이 참석했다. 김희갑 작곡가는 건강 문제로 간단한 인사만 했고, 양인자 작곡가가 일부 답변을 대신했다.



‘바람이 전하는 말’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양희은 ‘하얀 목련’부터 뮤지컬 ‘명성황후’까지 수많은 명곡을 남긴 국민 작곡가 김희갑의 음악 인생을 담은 뮤직 노스텔지어 다큐멘터리. 3000여 곡의 애창곡을 작곡하며 한국 대중가요사의 한 축을 세운 그는, 작사가 양인자와 잉꼬 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음악이 맺어준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

영화 후반부에는 두 사람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도 함께 담겼다.

김희갑과 양인자는 ‘언제 우리가 만났던가’로 시작하는 ‘작은 연인들’(1979)부터 약 400여 곡을 함께 작업했다. 정윤희 주연의 드라마 ‘청춘행진곡’(1984) 작업을 함께하던 어느 날, 김희갑이 양인자에게 연락을 하면서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인자의 재능을 눈여겨본 김희갑이 그녀에게 작업 파트너로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이후 양인자는 혜은이의 ‘열정’ 등 두 곡의 가사를 써서 김희갑에게 보여줬다. 그는 극중 인터뷰에서 “당시 김희갑 선생이 제가 쓴 가사를 찬찬히 읽더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인이나 다름없던 제게 당대의 유명 작곡가가 그렇게 겸손하게 말하더라”며 인상 깊었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극중 김희갑은 언제부터 양인자에게 특별한 마음을 품었느냐는 질문에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 가사를 보고 나서였다”고 답했다.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라는 가사가 왠지 모르게 쑥스러웠다. 노랫말을 통해 서로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음이 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바쁜 양인자를 대신해 그의 어린 아들을 스키장에 데려가는 등 세심하게 챙기며 마음을 표현했고, 양인자는 “그런 모습 속에서 음악 동료였던 그가 자연스레 가족의 일원이 됐다”고 회상했다.

“위대한 사람과 살았구나, 감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희 감독은 단지 기록 차원에서 시작된 작업이 10년만에 영화로 개봉하게 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특히 김희갑 작곡가의 건강 문제를 언급하며 “마음을 많이 졸였지만 드디어 스크린에서 보게 돼 기쁘다. 김희갑 선생님이 직접 자리에 계셔서 더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양희 감독이 자신의 작가 후배'라고 밝힌 양인자는 “처음엔 이웃으로 지내며 사진 등을 찍어주곤 했다. 그게 10년이 지나 하나의 필름이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스크린에서 남편의 인생을 다시 보니 ‘내가 정말 위대한 사람과 살았구나’ 싶다"며 "그렇게 엄청난 사람이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가라앉고, 내옆에 다소곶이 와있는게 너무나 감사했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 번 울컥했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김희갑은 이날 “가슴이 벅차고 감사하다”고 짧지만 진심 어린 소회를 남겼다.

“늘 아이처럼 배우던 창작자”

이날 김희갑의 창작 원동력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직접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이에 양희 감독이 “대가이지만 언제나 아이처럼 배우는 분이었다"며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점을 대신 설명했다. "70세에도 골프, 스키, 산악자전거, 사진을 새로 배우며 자신을 리셋했다. 그런 열린 자세가 위대한 창작자의 원천이었다”고 분석했다.

양인자 역시 “남편은 영화음악이 지겨워지면 가요를, 가요가 지겨워지면 뮤지컬을 했다. 언젠가 '당신은 전생에 모차르트였던거 아니냐'고 했더니 '슈베르트였을 것'이라고 하더라. 가곡을 많이 쓴 슈베르트"라고 회상했다.

그는 또 부부가 작사 작곡한 노래가 후배들에 의해 많이 리메이크되면 좋겠다며 "복잡한 승인절차 다 생략하고, 그냥 가져다가 새롭게 만들어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부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를 묻자 '사랑의 기도'(1986)를 꼽았다. "두 사람이 좋아했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희 감독은 “이 영화가 지난 세월을 돌아보게 하고, 누군가에게 잊었던 노래의 위로를 전해주는 바람 같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