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다드토바고에 美군함 입항하자…마두로, 공동 가스개발 협정 파기 시사
트럼프 압박받는 베네수엘라, '친미' 이웃국과도 외교갈등트리니다드토바고에 美군함 입항하자…마두로, 공동 가스개발 협정 파기 시사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마약 카르텔 척결을 빌미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군사적 압박이 베네수엘라와 이웃국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공동 천연가스 탐사 등을 위해 트리니다드토바고와 2015년 체결한 협정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트리니다드토바고가 "미 제국의 항공모함"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국가와 체결한 조약들을 파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가장 가까운 해안선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에서 불과 11㎞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카리브해 섬나라 중 대표적인 친미 국가다. 현재 이곳 항구에는 미 해군 구축함 USS 그레이블리가 입항해 있다.
베네수엘라는 트리니다드토바고가 미 군함에 항구를 내준 것은 '도발적인 행위'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트리니다드토바고가 "미국의 전쟁 선동 의제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트리니다드토바고는 미국과의 합동 훈련은 정기적으로 진행된다며 베네수엘라의 주장을 반박했다.
캄라 페르사드-비세사르 트리니다드토바고 총리는 군사 훈련은 오로지 내부적인 안보 목적을 위한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협정 철회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AP에 말했다.
그는 "우리의 미래는 베네수엘라에 의존하지 않으며, 그런 적도 없다"며 "우리는 에너지와 비에너지 부문 모두에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계획과 프로젝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르사드-비세사르 총리는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을 공격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앞서 자국 시민들을 죽이는 마약 밀매범들이 차라리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군은 최근 베네수엘라 연안 인근에서 여러 차례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베네수엘라 인근에 미군 병력도 대규모로 집결하고 있다.
이 같은 고강도 압박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정권 축출까지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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