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부산 합의' 시도하는 미중 정상…희토류부터 전쟁까지 다 다룬다

뉴스1

입력 2025.10.28 16:18

수정 2025.10.28 16:18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6년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선 희토류와 수출 통제 등 무역 현안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안보 현안까지 두루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회담 직전 양국이 희토류와 추가 관세 등 핵심 쟁점 관련 중재안에 잠정 합의하고, 펜타닐과 틱톡, 대두 등 현안에서도 큰 틀의 조율이 이뤄지면서 이번 회담은 합의를 정식으로 도출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 제재 등 외교 현안에선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희토류부터 펜타닐까지…회담 전 잠정 합의로 확전 자제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쟁점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 펜타닐 공급, 틱톡, 해운 부과금, 대두(콩) 무역, 추가 관세, 그리고 러시아 전쟁을 꼽았다. 이는 그간 미중이 줄다리기를 벌여온 핵심 사안들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 현안에 대해 양국은 정상회담 직전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양국이 무역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확전을 피하자는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은 "양국은 미국의 중국 해사·물류·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치와 상호 관세 유예 기간 추가 연장, 펜타닐 문제와 마약 퇴치 협력, 무역 추가 확대, 수출 통제 등에 관해 심도 있고 솔직한 논의와 교류를 진행해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내내 미국의 골칫거리였던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1년 유예될 전망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5~26일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말레이시아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가진 이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간 연기한 뒤 시행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첨단 산업의 핵심 광물인 희토류는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미국에는 약점으로 꼽혀왔다.

미국은 대신 대(對)중국 100%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중국이 중단했던 미국산 대두 수입과 미국이 불만을 제기해 온 펜타닐 문제도 합의안이 마련됐다. 베선트 장관은 대두 관련 중국이 "상당한 양의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펜타닐에 대해서도 "중국이 미국을 황폐화하는 펜타닐 원료물질 문제 해결을 돕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공식 발표에서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언급하지 않고 "잠정적 합의"가 이뤄진 분야로 거론만 한 상황이다.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대두 수입 중단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보복을 해왔다. 펜타닐의 경우 미국은 중국이 통제를 강화하지 않아 미국 내 마약성 진통제 중독 문제를 악화시켰다며 비판하며 올해 초 모든 중국산 제품에 20% 관세를 부과했다.

틱톡은 곧 매듭…해운 수수료·美 수출규제도 완화 전망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양국이 지난 9월 마드리드 회담에서 기본 합의에 도달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매듭짓기가 필요한 사안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틱톡의 미국 사업은 새 합작법인으로 이전하며 이 법인의 보안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초기 승인도 받은 상태고, 곧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이번 회담에서 최종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은 거의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이 이 합의를 승인했는지 공식화하지 않았다.

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해운 부과금도 재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자국 항만을 이용하는 중국 선박에 특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고, 중국도 맞불로 미국 소유나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항만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확대해 온 반도체 장비나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 또한 미국 무역 갈등의 핵심 쟁점이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은 이번 협상에서 이 규제를 철회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와 대두 수입에서 양보한 만큼 이 영역에서 미국으로부터 상응하는 양보를 얻어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11월 10일 만료 예정인 관세 유예 조치 향방도 주목되는 사안이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 초부터 상대방에 대한 관세 부과를 90일 단위로 연장해 현재 시한은 11월 10일까지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풀면 관세 유예를 연장할 수 있다고 말한 만큼 이번 말레이시아 회담에서 재연장에 합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전쟁도 논의…美, 러 압박 동참 요구할 듯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선 러시아 관련해 어떤 논의가 오갈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시 주석의 영향력이 크다며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을 중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을 취소하고 취임 후 첫 대러 제재를 가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시 주석에게 러시아 압박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국영 석유 대기업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면서 중국이 무역 협상을 앞두고 미국에 일종의 양보를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뿐 아니라 안보 영역에서도 서로의 전략적 관심을 공유하는 사이인 만큼 시 주석이 대러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