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딸한테 물어봐" 독일 총리 발언에 여성치안 논쟁

연합뉴스

입력 2025.10.29 02:27

수정 2025.10.29 02:27

여성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항의 서한
"딸한테 물어봐" 독일 총리 발언에 여성치안 논쟁
여성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항의 서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출처=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출처=연합뉴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이민자 관련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여성 치안 논쟁으로 번졌다. 여성계는 이민자 문제를 "딸에게 물어보라"고 한 메르츠 총리를 비판하면서도 이참에 치안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28일(현지시간) 현지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정치·학술·예술계 여성 50명이 최근 메르츠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 성폭력·가정폭력 엄중 처벌 ▲ 공공장소 조명 개선 ▲ 여성 상대 폭력 자료수집 ▲ 노년 여성 빈곤 퇴치 등 10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우리는 딸들, 즉 여성의 안전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다"며 "그러나 인종차별적 서사를 정당화하는 값싼 구실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14일 "도시 이미지에 이 문제(이민자)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해 인종차별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엿새 뒤에는 기자에게 "딸이 있다면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한번 물어보라"고 했다가 이민 강경책에 여성을 이용한다는 지적을 또 받았다.

전국에서 연일 총리 규탄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연방정부 각료가 총리를 거들면서 논쟁을 키웠다. 니나 바르켄 보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폭력 범죄가 증가했고 상당수 용의자가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호신용 스프레이를 갖고 다니거나 특정 장소를 피한다며 여성 치안은 이민과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메르츠 총리 규탄 시위 (출처=연합뉴스)
메르츠 총리 규탄 시위 (출처=연합뉴스)

독일은 유럽에서 그나마 치안이 안정된 나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최근 테러를 비롯한 각종 강력범죄가 늘어나자 이를 2010년대 중반 시작된 이민자 급증 탓으로 돌리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23∼27일 여론조사기관 시베이 설문에서 여성 응답자의 55%가 거리·대중교통·공원·클럽에서 모두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남성을 포함해도 응답자의 49%가 네 곳 모두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치안 문제와는 별개로 메르츠 총리의 발언에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포르자 설문에서 메르츠 총리가 말을 더 신중히 해야 한다는 데 응답자의 66%가 동의했다.
그의 직무수행이 불만이라는 답변은 72%로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취임한 메르츠 총리는 과거에도 이민자를 겨냥한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 첫해인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독일과 모국을 오간다면서 이를 "사회적 관광"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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