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국내 10대 그룹의 글로벌 생산기지 중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미국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0대 그룹의 미국 내 생산법인 자산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8년 새 7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반면 값싼 인건비를 강점으로 그동안 국내 기업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던 중국과 베트남 등은 미국에 밀려 증가 폭이 급격히 둔화됐다.
29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트럼프 1기 미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말 대비 2024년 말의 국내 10대 그룹 해외 생산법인 자산 규모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해외 생산법인 자산 규모는 2016년 말 209조 1608억원에서 2024년 말 490조 7083억원으로 8년 만에 281조 5475억원(134.6%) 급증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 베트남 등을 제치고 국내 기업의 최대 생산기지로 급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내 10대 그룹의 미국 내 생산법인 자산은 2016년 말 21조 6957억원에 불과했지만, 2024년 말에는 136조 306억원(627%) 증가한 157조 7263억원으로 폭증했다.
2016년까지 국내 10대 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기지는 중국이었다. 당시 중국 생산법인의 자산규모는 91조 7595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이 26조 9316억원으로 2위, 미국은 21조 6957억원으로 3위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미국 이외에 헝가리(975.3%↑), 폴란드(733.5%↑), 독일(780.7%↑) 등 주로 국내 배터리 공장이 들어선 유럽 국가에도 국내 10대 그룹의 생산라인 투자가 급증했다.
증가액 1위를 차지한 SK는 BlueOval SK(2022년 설립·18조343억원) , SK Battery America(2018년 설립·11조 7703억원) 등 배터리 합작·단독 공장 신설이 자산 증가를 이끌었다.
자산 규모 1위인 삼성은 기존 오스틴 반도체 법인(Samsung Austin Semiconductor)의 자산이 22조 6063억원 늘었고, 2022년 설립된 배터리 합작사 StarPlus Energy(7조 6078억원) 등도 미국내 자산 증가를 견인했다.
미국 생산법인의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그룹은 삼성으로, 총 43조 1685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SK(40조 421억 원), LG(38조 8325억 원), 현대자동차(28조 4154억 원) 순이었다. 이들 4대 그룹의 미국 현지 생산법인 자산 규모는 10대 그룹 전체 합산액의 95.4%(150조 4585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해당 기간 미국 생산법인 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SK로, 8년 새 39조 6098억원이나 폭증(9162.9%↑)했다. 이어 삼성(37조 7904억원 증가), LG(35조 9424억원 증가), 현대자동차(17조 4953억원 증가) 순이다.
업종별로는 미국 내 전기차, AI(인공지능) 시장 확산과 함께,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의 생산라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10대 그룹의 해외 생산법인 자산이 특정 상위 그룹에 집중되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2016년 말 10대 그룹 전체 해외 자산 중 86.5%를 차지했던 4대 그룹(삼성·SK·LG·현대차)의 비중은 2024년 말 90.5%로 4.0%포인트 증가해 상위 4대 그룹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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