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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충해·가격폭락 이중고 겪는 배추 농가 '울상'

연합뉴스

입력 2025.10.29 09:09

수정 2025.10.29 14:38

9월 가을장마 타고 확산한 무름병·품질 저하에 수요 급감 밭 갈아엎는 농민들 "자연재해 피해 농가에 현실적 지원 절실"
병충해·가격폭락 이중고 겪는 배추 농가 '울상'
9월 가을장마 타고 확산한 무름병·품질 저하에 수요 급감
밭 갈아엎는 농민들 "자연재해 피해 농가에 현실적 지원 절실"
김장철 앞두고 배추 무름병 확산 (출처=연합뉴스)
김장철 앞두고 배추 무름병 확산 (출처=연합뉴스)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밑동이 다 썩었는데 이걸 어떻게 팔 수 있겠습니까. 애써 키운 배추가 아깝더라도 밭을 갈아엎고 보리나 콩이라도 대신 심자는 심정입니다."
제대로 푸른 잎을 띄우지 못한 채 축 늘어진 채 시든 배추를 들여다보던 농민 김영동 씨는 깊은 한숨과 함께 토로했다.

1만2천평에 달하는 김씨의 배추밭은 곳곳에 무름병으로 인해 썩어 들어간 배추의 흔적이 곳곳에 역력했다.

배추가 밑동부터 물러 주저앉아 있었고, 겉잎을 젖히자 속살은 갈변하며 썩어 들어가는 상태였다.

배추에서는 흙냄새 대신 무름병 특유의 악취가 올라와 김씨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최대산지인 전남 해남 곳곳에서 무름병 피해가 확산하면서 농가들이 시름에 잠겼다.

무름병은 배추를 물러 썩게 만드는 세균성 병해로, 지난해 강원도를 중심으로 확산한 데 이어 올해는 해남을 비롯해 충청, 호남 지역까지 피해가 급증했다.

지난달 이어진 기록적인 고온과 잦은 비, 이른바 가을장마가 병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문제는 가격 폭락이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상품·3포기)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1만502원으로 작년보다 38%, 지난달보다 54% 떨어졌다.

품질 저하로 소비가 위축되자 출하 물량을 늘려도 사 가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김씨는 "무름병이 워낙 심하니 유통상들이 사 가려 하지 않는다"며 "9월 강원 고랭지 배추도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인 데다 충청도·호남 생산지까지 병이 퍼지면서 가격이 완전히 주저앉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겨우 상태 좋은 것만 골라 팔아도 헐값이라 올해 배추 농사는 역대급 흉년"이라며 "정부가 수급 안정을 이유로 유통인에게만 지원하고 정작 뼈 빠지게 농사지은 농민 지원책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배추 농가들은 지난 22일 해남군 북평면 오산리 한 피해 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피해 조사와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효수 전국배추생산자협회장은 "무름병은 명백한 기상이변 피해인데도 농민 손실 보전 대책은 부재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즉시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내년 배추 공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름병 확산으로 배추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지자체도 대응에 나섰다.


해남군 관계자는 "피해 농가 실태 파악을 위한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며 긴급 지원과 방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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