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 3주기 기억식 열려
오전 10시29분 추모 사이렌과 함께 시작…묵념
"국가의 존재 의미 모르겠다…책임자 처벌해야"
"충격 속에서 마비" 외국인 유가족도 연신 눈물
보라색 옷을 입고 모인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추모 사이렌이 울리는 내내 연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쌀쌀한 날씨에도 기억식에 자리한 시민들도 저마다 눈물을 훔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10시29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광장에서 행정안전부, 서울시와 공동으로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를 주제로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을 열었다.
이번 기억식에는 정부 초청으로 방한한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46명을 포함해 국내외 유족 300여명, 국회와 정부 관계자,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충북 세종에서 걸음한 김소영(47)씨는 자녀의 친구가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김씨는 "아직 아이 친구의 부모님을 뵐 수 없었다"며 "미안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올라온 남평우(58)씨는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고 국가의 존재 의미를 모르겠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도 못할 망정 진상규명도 아직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남씨는 "유가족들이 끝까지 진실을 밝히는 데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진실은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모 사이렌과 함께 기억식이 시작된 이후에도 참석자들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모사 영상에서 "국가가 또 다시 등 돌리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하자 한 유가족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 유가족들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한 외국인 부부는 자리에 함께 앉아 눈물을 흘렸고, 50대 외국인 남성도 손수건으로 멈추지 않는 눈물을 계속해서 닦아냈다.
지난 24일 입국한 외국인 유가족들은 주말 참사 현장을 찾아 헌화와 묵념을 한 뒤 유가족 간담회와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방문, 합동 기자회견 등 다양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노르웨이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의 어머니 수잔나 에벤센과 아버지 에릭 에벤센은 무대에 올라 그날의 기억을 다시 전하기도 했다. 수잔나 에벤센은 "한밤 중에 연세대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스티네가 우리를 영원히 떠났다는 소식이었다"며 "당시 우리는 충격 속에서 완전히 마비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새 정부가, 그리고 진행 중인 조사 속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저희는 여전히 스티네와 친구들, 세상 너머 우리를 이어주는 사랑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날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함께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장하엽(25)씨는 "오늘 추모식은 진상규명을 위해 한발 나아가는 계기였던 것 같다"며 "추모식뿐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김병화(64)씨도 "제 지인 중에 유가족이 있어 오게 됐다"며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게, 오늘 행사를 통해 진상규명, 처벌이 조금이나마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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