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전략물자 수출 허가 면제' 방안 등 검토
전략물자 지정시 제품 수출 건건마다 허가 받아야
'보안 기술 상용화·95% 민수용' 현실과 배치 지적
"심사에 2~3주 걸려 수출 지연…경쟁서 밀리기도"
기재부, 포괄허가제·CP제도 확대 등 들여다보는중
대부분 민간 정보망 보호용으로 쓰이는 보안기술이 군사 전용 가능성만으로 전략물자에 묶이면서 수출 지연과 행정 부담 문제가 제기돼 왔는데, 이를 해소해 보안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국내 보안제품 95% 민수용인데…'군사 전용 가능성' 이유로 수출 제한
3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 허가 면제' 등 규제개선 과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략물자란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 등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수 있어 국가가 수출을 통제하는 물품·기술·소프트웨어를 뜻한다.
현행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에 따르면, 전략물자로 지정된 제품은 평상시 민수용(일반 산업용)으로 사용되더라도 전쟁이나 군사행동에 이용될 수 있어 수출을 원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현재 사이버보안 분야에선 암호화 기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와 VPN·암호화모듈·방화벽 등 보안장비가 전략물자로 지정돼 있다.
문제는 보안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고 국내 제품 대부분이 기업·공공기관 등 민간 정보망 보호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현행 제도는 여전히 '군사 전용 가능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2023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정보보호산업 매출의 약 95% 이상이 민수용(일반기업·공공기관 대상)이며 국방·군수 분야 비중은 5% 미만으로 조사됐다.
대표 제품군으로는 방화벽·침입차단시스템(IPS)·암호화모듈·VPN·백신·접근통제 솔루션 등이 있는데, 모두 국방보다는 민간 정보통신망 보호 목적으로 이용되는 제품들이다.
이들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보안기업들은 단지 '군사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출 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안보관리원으로부터 건건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수출 지연과 행정 부담, 경쟁력 저하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기술자료와 최종사용자 서류를 반복 제출해야 해 행정 부담이 심하다"며 "심사엔 통상 2~3주가 걸려 수출 일정도 늦어지고, 타국가 제품들과의 가격·납기 경쟁에서 밀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KISIA 관계자도 "정보보호제품은 암호화 기술이 포함돼 있어 '이중용도(Dual-use)' 품목으로 분류된다. 군사·산업 양쪽 모두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출 시 건건이 사전허가나 신고를 거쳐야 하는 구조"라며 "실제로는 민간 통신망 보호용 기술임에도 군사물자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산업 현실과 과거 기준 안 맞는 것 공감"…기재부, 수출 절차 간소화 방안 검토
이 같은 수출 절차상 불합리성과 산업 경쟁력 저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현재 기재부는 '전략물자 수출 허가 면제'를 포함한 사이버보안 분야 규제개선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의 전략물자 분류 기준이 현재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VPN 등 보편화된 보안제품이 여전히 군사물자와 동일한 잣대로 분류되는 것이 타당한지, 기술 발전 수준에 맞게 기준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재부는 ▲전략물자 비해당 품목의 명확화 ▲포괄허가제 적용 범위 확대 ▲CP(자율준수 무역거래자) 제도 운영 강화 ▲전략물자 수출 지역 중 '가 지역' 확대 등 다양한 수출 절차 간소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군사 전용 위험이 낮은 보안제품을 '전략물자 제외 품목'으로 명시하거나, 동일 국가·제품군에 대해 매번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1년 단위 일괄 포괄허가'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또 CP 제도를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춘 기업에 대해 전략물자 판정 및 수출허가를 자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율 규제 제도'다.
아울러 정부는 전략물자 수출 지역 중 '가 지역' 대상국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일본·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을 '가 지역'으로, 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을 '나1 지역'으로, 북한·이라크·소말리아 등 유엔이 지정한 수출우려국을 '나2 지역'으로 구분한다.
정부는 주요 수출시장인 '나1 지역' 일부를 '가 지역' 수준의 신뢰국가로 상향해 서류 제출·최종사용자 확인 등 복잡한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보안제품의 기술 성격·시장 활용도 등을 종합 검토하고, 필요 시 수출허가 간소화 또는 면제 적용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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