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장, 이상민과 통화 후 '단전·단수가 소방 임무냐' 물어" 법정 증언

이상민 전 장관 공판서 소방청 간부 증인신문 "상황판단 회의 중 李와 통화…언론사 언급도" "참석자들 다 들리게 말해…모두 당황한 분위기"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허석곤 전 소방청장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통화 후 소방청 고위 간부들에게 단전·단수가 소방 임무냐고 물어봤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이 전 장관. 2025.10.17. [e-mail]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허석곤 전 소방청장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통화 후 소방청 고위 간부들에게 단전·단수가 소방 임무냐고 물어봤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30일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김학근 소방청 장비총괄과장과 황기석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출근 지시를 받고 소방청으로 갔고, 당시 소방청에서 허 전 청장과 이영팔 전 차장 등 고위 간부들이 모여 상황판단 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소란스러웠는데 허 전 청장이 전화를 받으며 조용히 해달라는 손짓을 했다"며 허 전 정창이 이 전 장관과 통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를 끝내고 허 전 청장이 '단전·단수가 우리 소방의 임무냐, 우리가 할 수 있냐'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허 전 청장이) 누구에게 말한 것이냐"고 묻자 김 과장은 "참석자들이 다 들을 수 있게 했다"고 답했다.

그는 "회의 참석자들이 당황해서 웅성웅성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김 과장은 허 전 청장이 통화 중에 특정 언론사를 말하며 메모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MBC, 한겨레, JTBC가 기억난다"며 "몇 군데를 더 이야기했는데 모르는 곳도 있었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 전 본부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소방청 간부로부터 '비상계엄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황 전 본부장은 같은 날 오후 11시50분께엔 허 전 청장이 전화해 서울 상황과 경찰청 협조 요청이 있었는지를 물어봤고, 상황관리를 잘 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진술했다.

허 전 청장은 계엄 당시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일선 소방서에 전파한 혐의 등으로 내란 특검팀의 수사 대상에 올랐으며, 지난달 15일 직위 해제됐다.

한편, 이날 이 전 장관은 증인신문 순서와 관련해 재판부에 직접 의견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은 "허 전 청장 진술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

'경찰 협조 요청이 오면 협조해줘라'는 부분이 결정적인데, 경찰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지호 경찰청장을 먼저 신문하고, 그 후에 허 전 청장을 신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10일 열리는 공판에 조 청장을 증인으로 가채택하고, 11월 17일 허 전 청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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