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30일 역사적인 '치맥 회동'으로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AI 산업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와 더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치맥 회동서 러브샷…"한국 위해 환상적인 일"
젠슨 황 CEO,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8시40분까지 약 1시10분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에서 회동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Summit(서밋) 참석을 계기로 15년 만에 방한한 황 CEO는 전격적으로 이 회장, 정 회장을 초청해 3자 회동을 성사시켰다. 이날 회동은 시민들과 격식 없이 함께하는 자리로, 황 CEO는 이 회장, 정 회장과 맥주, 소맥(소주+맥주)를 여러 잔 마시고, 러브샷까지 하는 등 친밀함을 과시했다.
회동이 끝난 뒤 세 사람은 인근 코엑스로 나란히 이동해 엔비디아가 개최하는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당초 황 CEO의 단독 무대로 짜인 일정인데, 두 회장이 동행을 기꺼이 승낙하면서 예정에 없던 '깜짝 등장'이 성사했다.
황 CEO가 대외적으로 이 회장, 정 회장과 특별한 관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사업 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 CEO는 이날 치맥 회동 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새로운 시대를 축하하기 위해 왔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프라이즈를 망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대통령이 내일 커다란 선언(big announcement)을 할 기회 있을 것이라 약속했다"고 했다.
또 "그 선언은 내 친구들을 포함한다"며 "우리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환상적인 일들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메모리 수요 폭증…삼성·엔비디아, HBM-파운드리 밀착
최근 AI 인프라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간 메모리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한다고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HBM3E 12단 제품 공급이 경쟁사 대비 지연되면서 실적이 저조했지만, 3분기 HBM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80% 중반 증가하면서 반도체(DS, 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영업이익이 7조 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사업부도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6세대 HBM(HBM4) 공급에 대해서도 이미 내년 물량 수요를 모두 확보했고, 고객의 요구에 따른 추가 증산도 검토하고 있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루빈' 시리즈에 탑재될 예정이다.
파운드리 역시 주요 협력 분야다. 삼성 파운드리는 닌텐도 스위치2에 탑재되는 엔비디아 '테그라 T239' 칩을 8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며,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3나노 이하 공정이 요구되는 최신 칩 제조를 대만 TSMC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또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엔비디아의 맞춤형(커스텀) AI 인프라 생태계 'NV링크 퓨전'에도 합류했다.
자율주행 추진 현대차, 'AI 리더' 엔비디아와 '찰떡궁합'
올해 1월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4단계 상용화를 목표로 단계적인 로드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데이터를 자동으로 학습하는 고도의 AI 모델 체계가 필요하고, 현대차는 엔비디아로부터 AI 반도체를 공급받아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또 SDV 발전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면서 관련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도 커졌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 기반의 SDV 시범 차량을 소량 생산해 공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빠르고 안정적인 AI 기능을 탑재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의 실증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의 'AGX 토르' 플랫폼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미래에는 엔비디아 칩이 자동차, 로보틱스에 들어와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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