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벗어나며 2등급으로 약화…1일께 열대 저기압으로
자메이카·아이티·쿠바 등 심각한 피해…美도 구호지원 개시
허리케인 멀리사, 세력 약화하며 버뮤다 방향 북상카리브해 벗어나며 2등급으로 약화…1일께 열대 저기압으로
자메이카·아이티·쿠바 등 심각한 피해…美도 구호지원 개시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차례로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멀리사가 이르면 30일(현지시간) 저녁 대서양 섬나라 버뮤다를 지날 전망이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멀리사는 현재 2등급으로 세력이 약화했지만 최대 풍속이 시속 약 160㎞이며, 여전히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채 카리브해를 지나 북동쪽 해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NHC는 멀리사가 30일 저녁에서 31일 오전 사이 버뮤다 부근을 지날 것으로 예보했다. 멀리사는 북상 도중 세력이 점점 약해지면서 1일께에는 허리케인이 아닌 열대 저기압으로 강등될 것으로 이 기관은 내다봤다.
올해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멀리사는 자메이카, 아이티, 쿠바 등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차례로 할퀴고 지나가면서 수십명이 숨지고 수만 명의 이재민을 낳는 등 큰 피해를 남겼다.
현재까지도 교통·통신이 두절된 곳이 많아 당국의 피해 집계가 지연된 가운데 미 NBC 방송은 현재까지 멀리사와 연관된 사망자가 최소 36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멀리사가 가장 강력한 등급인 5등급 허리케인으로 상륙한 자메이카는 현재까지 대피소로 피신한 이재민이 2만5천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면적의 77%에 해당하는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 공유된 비디오 영상을 보면 자메이카 서부 도시 산타크루즈는 거리 전체가 두꺼운 진흙밭으로 변했다.
자메이카에서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 중 하나인 블랙리버에서는 병원, 의회, 교회 등이 무너지면서 기반 시설이 사실상 붕괴했다.
앤드루 홀니스 자메이카 총리는 블랙리버 지역 주택 90%가 지붕이 파괴됐다며 "블랙리버는 이번 피해의 이른바 '그라운드 제로'(폭탄 투하 중심지)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메이카 동쪽 섬나라 아이티는 멀리사가 직접 육지에 상륙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폭우에 따른 산사태와 홍수로 현재까지 집계된 기준으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아이티 당국은 프티-고아브 지역에서 제방이 무너지면서 최소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AP는 전했다. 이 가운데 10명은 아동으로 파악됐으며, 실종자가 12명으로 집계됐다.
쿠바 역시 남서부와 북서부 지역에서 주택 붕괴, 산사태, 지붕 파손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쿠바 당국이 집계한 이재민은 73만5천명에 달한다.
미 국무부는 특별 대응단을 구성하고 피해국에 재난 지원단을 파견해 24시간 내 도착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제재 대상국인 쿠바를 대상으로도 긴급 구호 지원 방침을 밝혔다.
쿠바계 이민자 가족 출신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X 게시글에서 "미국은 멀리사로 영향을 받은 쿠바 국민들을 위해 즉각적인 인도주의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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