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뉴스1) 공정식 기자 = "임시로 식당 문을 닫았습니다. 골목길에 사람과 차가 들어올 수 없다니 어쩔 도리가 없네요."
31일 정오 무렵 경주시 보문동 숲머리길. '맛집거리'로 유명한 '순두부골목'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평소 식사 시간마다 경주 보문단지에서 숙박하는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단체로 찾아 붐비던 곳이다.
그러나 몇 년 전 '방탄소년단(BTS)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다녀갔다'는 현수막을 게시한 순두부식당은 '휴무' 안내판을 내걸고 문을 닫아버렸다.
취재진이 출입문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식당 주인 A 씨는 "지난 27일 문을 열었다가 손님이 없어 화요일(28일)부터 영업을 접었다"며 "일요일(11월 2일)쯤 다시 문을 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점심 영업 중인 인근 식당 손님으론 APEC 정상회의 주변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관만 몇 명 보였다.
이 식당 주인 B 씨는 "이번 주 예약이 대부분 취소돼 어제(30일)까지 문을 닫았다"며 "보문단지와 주변 도로를 통제하니까 일반인은 얼씬도 못 한다"고 전했다. 그는 "보문단지에 머무는 사람들도 호텔에서 식사하는지 손님이 없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택배 등 배달 차량도 APEC 회의 기간 식당가 일대 도로를 통과하지 못해 일부 음식점은 식재료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한 상인은 "아침에 장을 보고 식당으로 오는데, 마침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 시간이라 오도 가도 못한 채 한동안 도로에서 벗어난 외딴곳에 고립됐었다"고 말했다. 택배 등 배송 지연은 APEC 회의기간 경주시내 곳곳에서 발생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 시내에선 각국 정상 등이 오갈 때마다 전면적인 차량 통제가 이뤄쥐고 있다. 경찰은 경주에 가장 높은 수준의 비상근무 단계인 '갑호비상'이 발령했다.
APEC 기간 회의장 반경 3.7㎞는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으며, 보문호 등엔 수중 드론(ROV)까지 투입돼 물밑까지 살피는 특급 경호가 이뤄지고 있다.
회의 장소가 밀집된 보문단지에는 비표가 없는 사람과 차량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관광객 등 외지인 차량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1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식당 주인 C 씨는 "APEC 회의라는 국가 행사를 여니까 당연히 협조해야 하지만, 봄·가을 관광 성수기에 영업을 1주일씩 못 하게 돼 속이 탄다"며 "하루하루 매출에 목을 매는 자영업자 심정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7일 공식 일정을 시작된 이번 APEC 정상회의는 11월 1일 폐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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