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의사규칙 개정 통한 필리버스터 종결 요건 완화책
야당에 "지혜·현실 감각 상실한 미친 정신병자" 원색 비난
트럼프 "핵옵션 쓰라"…당에 셧다운 중단 일방처리 요구상원 의사규칙 개정 통한 필리버스터 종결 요건 완화책
야당에 "지혜·현실 감각 상실한 미친 정신병자" 원색 비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 중단을 위해 연방상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종결시킬 수 있도록 이른바 '핵옵션'을 동원하라고 공화당 의원들에게 주문했다.
'핵옵션'은 미국 연방상원에서 다수당이 안건 단독 의결을 강행하기 위해 드물게 동원해온 수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본인이 차린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인 민주당 측을 "지혜와 현실에 대한 모든 감각을 상실한 미친 정신병자들"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는 10월 1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 포스 원을 타고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상원 의사절차에서 '핵옵션'이라는 표현은 다수당이 소수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안건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목적으로 동원하는 극단적 수법을 가리킨다.
다수당이 의사절차를 일방적으로 개정해버림으로써 해당 안건의 의결정족수나 토론 종결 요건을 완화해버리고 단독 의결을 강행하는 것을 뜻한다.
기존 의사절차상 의결이나 토론 종결을 위한 요건이 단순과반(51명)이 아니라 60명이나 3분의 2 등 더 까다로운 가중다수로 정해져 있는 안건이었으나 집권당이 '핵옵션'을 동원해 요건을 단순과반으로 낮춰버린 후 자당의 뜻을 관철한 선례가 2013년 11월 민주당, 2017년 4월 공화당 등에서 있었다.
마치 핵폭발처럼 정치적 파장이 클 뿐만 아니라 낙진 피해가 결국은 양당 모두에 미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많은 "파괴적인 일들"을 하기 위해 핵옵션으로 필리버스터를 종결시켜 보려고 3년간 엄청나게 애를 썼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가 권력을 잡았으니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면, 이 터무니없고 나라를 망가뜨리는 '셧다운'은 즉시 종식될 것"이라며, 공화당 상원 원내지도부가 핵옵션을 동원해 셧다운 사태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 중단 요구를 내놓은 시점이 일부 상원의원들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정부 셧다운을 끝낼 때가 됐다고 발언하는 와중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 측과 협상하는 길을 찾지 않고 트럼프의 요구에 따를지는 불확실하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10월 1일에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한 달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으며, 만약 11월 5일 이후까지 이어지면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역대 최장기간 셧다운은 트럼프 1기 집권기의 35일(2018년 12월 22일∼2019년 1월 25일)이었다.
이번 셧다운을 일단 중단시키려고 시도하는 임시예산안들이 10월 29일까지 13차례 제출됐으나, 매번 부결됐다.
셧다운 지속으로 저소득층 4천200만명에 대한 식비 지원 프로그램인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이 11월 1일부터 재원 고갈로 중단될 예정이다.
같은 날부터 130개 이상의 유아교육 프로그램 '헤드 스타트(Head Start)'도 연방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6만5천개 이상의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에 등록한 아동들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AP통신은 미국 전역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기능 마비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알래스카 주민들은 SNAP 식품 지원 중단 예정일 전부터 겨울을 대비해 무스, 순록, 생선을 비축 중이다. 메인주 주민들은 가정용 난방유 탱크를 채우면서 연방 보조금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급될 기미가 없다"고 전했다.
AP는 또 연말 휴가철이 다가왔는데 항공편 지연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근로자들은 봉급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의료보험 비용은 치솟고 있다고 지적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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