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승격 기자회견
지난 26일 조기 우승으로 강등 1시즌 만에 승격
윤정환 감독, '주장' 이명주 시즌 베스트11 추천
[인천=뉴시스] 김진엽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 인천유나이티드 윤정환 감독이 1부 리그 승격에 그치지 않고, 명확한 비전을 가진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시즌 우승에 큰 공을 세운 선수들이 개인상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짚었다.
인천은 31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2025시즌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윤정환 감독과 '주장'이자 핵심 미드필더인 이명주가 자리했다.
인천은 지난 26일 열린 경남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36라운드에서 3-0 승리를 거두 리그 조기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최하위로 구단 사상 첫 강등을 경험했던 인천은 1년 만에 K리그1 무대로 돌아가게 됐다.
강등 직후 승격한 건 상주상무(현 김천상무·2013년과 2015년),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2014년), 제주유나이티드(현 제주SK·2020년), 김천(2021년과 2023년), 광주FC(2022년) 이후 인천이 역대 6번째다.
인천의 승격 주역으로 평가받는 윤정환 감독은 "(우승 기자회견이라는)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준 선수단에 감사하다. 코치진, 지원 스태프 등 구단 관계자분들에게도 고맙다. 또 버스 기사님, 식당 담당하시는 분들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해 준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무엇보다 우리 스포터스분들께 감사드린다. 어디서든 힘을 보태 주셨고, 에너지 넘치는 응원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강원FC를 준우승으로 이끌고 K리그1 감독상을 받았는데 2부 리그 인천으로 향한 것에 대해선 "도전이었다. 어딜 가든 도전의 자세가 필요했고, (때마침) 인천에서 내게 손을 뻗어줬다. 결과적으로는 (2부로 온) 그 선택이 잘 됐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과 1년 동안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되돌아봤다.
다만 윤 감독이 내년에도 인천과 동행할지는 미지수다.
내년까지 함께하려면 상호 합의를 통한 연장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룬 윤 감독이 떠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윤 감독은 "아마 (계약 연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여기에 오셨을 것 같다. 죄송하지만 (내가 할 말은 없고) 대리인이 구단과 잘 소통하고 있는 거로 안다"며 "아직 (결과에 대해 답이) 온 건 없다. 또 (아직 남은 리그 3경기) 시합을 준비해야 하기에 (대리인이) 구단하고 잘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니 (결과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어떤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계약 연장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선수 구상, 비전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윤 감독은 "인천이 강등을 당하고 1년 만에 승격했지만, 이 팀의 비전이 어떤 건지, (당장 눈앞에 있는) 1년, 1년만 보는 게 아니라 인천이 가진 비전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로팀은 그렇게 가야 한다. 하루살이로 1년씩 버티는 것보다는 계획적으로 이 팀이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며 "인천은 환경, 서포터스 등 좋은 것이 많다. 팀의 비전과 성적만 좋으면, 상업적으로도 훌륭한 지역에 있다.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팀이다.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그런 부분이 (동행 연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윤 감독은 다음 시즌 구상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시즌이 안 끝났는데 그런 말은 조금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실제 인천은 윤 감독의 말처럼 내달 2일 부산아이파크와 홈 경기를 치른 뒤, 8일에는 전남드래곤즈 원정길에 오른다.
그리고 23일 충북청주와의 맞대결로 이번 시즌 리그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 기간 현재 20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무고사의 득점왕 경쟁, 서울이랜드 에울레르(11개)에게 도움 1개 밀려 도움 2위인 제르소의 도움왕 싸움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윤 감독은 "박승호가 영플레이어상 욕심이 있고, 무고사와 제르소도 각각 (득점왕, 도움왕에) 욕심이 있다. 이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득점과 도움을 같이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며 "제르소는 오늘 운동 끝나고 여태하지 않았던 프리킥과 코너킥 연습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우승한 팀에서 개인상을 많이 받았으면 한다. (주장인) 이명주도 베스트11에 올랐으면 한다. (투표권이 있는 기자)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 경기도 많이 뛰었고 (우승을 확정한) 지난 경기에서 멋진 어시스트도 했다. 점수를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며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실제 이명주는 이번 시즌 리그 33경기에 출전해 2골3도움으로 인천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자연스레 이명주에게 이번 시즌 자신의 활약을 자랑해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지금은 (우승) 트로피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들어 올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밖에 없다"며 운을 뗀 이명주는 "다른 팀에도 잘한 선수가 많다. (내가 한 건)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밖에 없는 것 같다. 공로상이라도 있으면 주시길"이라며 겸손했다.
자기 자랑을 하지 못한 이명주가 답답했던 윤 감독이 발언권을 가로챈 뒤, 제자 자랑에 나섰다.
윤 감독은 "대신 말씀드리면, 미드필더는 눈에 안 띄는 경우가 많다. 숨은 공신이다. (미드필더로서) 가운데 있으면서 처음에는 (전술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금씩 수정해 가면서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이)명주가 앞에서는 (전방압박으로) 수비해주고, 뒤에서는 빌드업을 해주는 연결 고리였다. 우리가 경기를 해 나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를 갖고 있던 선수"라며 "다른 어느 팀의 미드필더보다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이명주는 윤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또 웃게 만들었다.
윤 감독의 강력한 제자 자랑에 힘입어 이명주가 오는 12월 진행되는 K리그2 시상식에서 시즌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wlsduq123@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