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31일 첫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국 내 인권 문제와 안보 현안, 역사 인식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중국 관영 CCTV,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30분간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양국 국교 정상화의 기반이 된 중일 공동성명 등 '중일 4대 정치문건'에 명시된 역사 및 대만 문제 관련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4대 정치문건은 1972년 중일 수교 당시 발표한 중일 공동성명,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 '중일 평화와 발전의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을 위한 공동선언', 2008년 '중일 전략적 호혜 관계 전면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의미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상호 주권 및 영토 완전성 존중, 패권 반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 주석은 또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의 정신이 "발양할 가치가 있다"며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에게 "새로운 내각이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립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50주년이던 1995년 발표된 무라야마 담화는 아시아 각국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담화에 대해 "무효로 만들겠다", "침략이라는 문언을 넣은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 왔다.
시 주석은 다만 양국의 차이가 양국 관계를 정의하게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국 협력과 관련해서 시 주석은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 경제, 금융, 녹색 성장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며 공동으로 다자 무역 질서와 공급망 안정 보호를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양국 국민과 정부, 입법부, 지방 사이의 인적 교류 심화를 강조하며 양국 국민 간 감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자 협력과 평등하고 상호 호혜적, 내정 불간섭 등의 원칙에 근거한 진정한 다자주의와 아태 공동체를 실현하자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 또한 중국에 민감한 문제들을 시 주석에 제기했다. 그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 홍콩과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중국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에 전향적인 대응과 중국 내의 일본인 안전 확보도 요청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다카이치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한 정세에 대해 의견 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양호한 양안 관계의 중요성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다만 두 정상은 양국의 전략적 호혜 관계 관계 구축, 국방 당국 간의 위기관리 등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전략적 호혜 관계의 포괄적 추진과 건설적·안정적 관계 구축이라는 일중관계의 큰 방향성을 확인하고 싶다"며 "여러 우려와 과제가 있으나 이런 것들을 줄이고, 이해와 협력을 늘리며, 구체적 성과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양국이 "서로 중요한 이웃 국가"라며 서로 의사소통을 유지해 양국의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진해 나갈 뜻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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