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원조' 체코필이 선사한 정통 '나의 조국' [객석에서]

뉴시스

입력 2025.11.01 11:00

수정 2025.11.01 11:00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6곡 전곡 연주 체코필, 체코의 자연·전통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
[서울=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묜 비치코프 & 체코 필하모닉' 공연 연주 모습.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묜 비치코프 & 체코 필하모닉' 공연 연주 모습.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원조(元朝)가 가진 상징성은 가히 독보적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세묜 비치코프 & 체코 필하모닉' 공연은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한 작품으로만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나의 조국'은 체코를 상징하는 작품이자 체코필에게 '영혼'과도 같은 곡이다. 스메타나가 1873부터 1880년까지 7년에 걸쳐 완성한 곡으로, 체코필이 매년 프라하 음악제에서 연주하고 있다. 악단의 대표 연주곡이기도 하다.



교향시는 시적 혹은 회화적인 소재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된 관현악곡을 뜻한다. '나의 조국'도 프라하 몰다우 강변, 옛 성(城), 보헤미아의 숲 등 체코의 자연과 전통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해 민속적인 색채가 한껏 담겨있다.

동시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던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과 정체성, 조국을 향한 사랑을 스메타나가 음악으로 승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10월 28일이 체코의 독립기념일이기에 이날 연주는 의미가 배가 됐다.

'나의 조국'의 전곡 실황 연주를 듣는 것은 체코에 가지 않는 한 어렵기로 유명하다. 6곡을 완곡하면 총 80여 분이 소요되는 대작(大作)이기 때문이다. 공연 전 관객들은 전곡을 듣는다는 설렘이 가득 찬 표정을 띠고 있었다.

2018년부터 악단의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을 맡은 세계적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73)는 절제된 지휘 속에서도 음을 쓰다듬는 듯한 세밀한 모습으로 악단을 이끌었다. 그와 함께 수차례 호흡을 맞춰온 악단은 비치고프의 손끝에 유연하게 반응하며 무결점 연주를 보여줬다.

6곡 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두 번째 곡 '블타바(몰다우)'가 연주될 때는 비치코프의 우아한 지휘 손짓에 오케스트라는 굽이치는 강의 물결을 음으로 표현했다. 특히 플루트와 하프, 바이올린 등의 대화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고, 관객들도 함께 이를 즐겼다. 물결의 흐름을 고개를 끄덕이는 등 곡에 몸을 실으며 감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묜 비치코프 & 체코 필하모닉' 공연 연주 모습.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묜 비치코프 & 체코 필하모닉' 공연 연주 모습.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 번째 곡 '샤르카'는 경쾌한 선율로 앞선 연주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치코프는 이전보다 힘이 넘치는 지휘를 보여줬다. 6곡 중 유일하게 자연이 아닌 여군(女軍)을 이끄는 여전사 샤르카 신화를 소재로 다룬 작품인 만큼 연주도 강렬했다. 저현악의 거친 울림과 박력 넘치는 타악이 마치 신화의 한 장면을 그리는 듯했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 참지 못한 감탄도 나왔다.

이날 공연은 '샤르카'를 끝내고 악단이 조율하는 것 외에는 인터미션 없이 80분간 연주가 이어졌다. 마지막 곡이 끝나자 비치코프는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객석에서 바라본 그의 뒷모습에서도 열정이 느껴졌다.

관객은 환호와 기립박수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보여준 연주에 화답했다.
앙코르는 없었지만 악단이 들려준 선율이 계속해서 귀에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서울=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묜 비치코프 & 체코 필하모닉' 공연 연주 모습.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묜 비치코프 & 체코 필하모닉' 공연 연주 모습.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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