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앤 리 호주 로즈첼로 대표, 한·호 재생에너지 협력과 中企 해외진출 강조
군산·목포로 한·호 협력 프로젝트 확대 구상…"한호재단 이사로 가교되겠다"
"한국 기술·호주 자원 함께하면 재생에너지시대 선도할 것"줄리앤 리 호주 로즈첼로 대표, 한·호 재생에너지 협력과 中企 해외진출 강조
군산·목포로 한·호 협력 프로젝트 확대 구상…"한호재단 이사로 가교되겠다"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한국과 호주가 함께하는 재생에너지 협력은 단순한 산업 교류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함께 준비하는 '지속가능한 동행'입니다."
호주 시드니에서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며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는 줄리앤 리 로즈첼로 대표는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리 대표는 지난 21~23일 전남 목포 호텔현대에서 재외동포청과 전남도 공동 주최로 열린 '2025 제2차 세계한인비즈니스 포럼 및 수출상담회' 참석차 모국을 찾았다.
리 대표는 재외동포청이 주관하는 '재외동포 비즈니스 자문단'(OK Biz) 자문위원으로서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컨설팅을 꾸준히 맡아왔다. 이번 수출상담회에서도 국내 중소기업 8곳과 1대1 상담을 진행했다.
그는 "뷰티, 푸드, 바이오 분야 기업들과 상담하면서 재생에너지 소재나 친환경 기술로 확장 가능한 아이디어를 함께 모색했다"며 "당장의 수출보다 장기적인 협력의 비전을 공유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그러면서 "좋은 제품이라도 해외에서는 '스토리'와 '신뢰'가 있어야 통한다"며 현지화된 비즈니스 접근을 역설했다.
리 대표는 "호주는 시장 규모보다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다"며 "단순히 수출하려 하기보다,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가치와 연결된 브랜드로 접근해야 하며, 그게 바로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소규모 수입으로는 장기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이나 법인 설립 같은 전략적 진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리 대표는 호주 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기업가다. 최근 들어 태양광·풍력·수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결합한 '통합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한국과 호주 간 기술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호주는 석탄과 천연가스가 풍부하지만,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전력의 43%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2050년까지는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한다는 목표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협력 의지가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는 군산, 목포, 신안 등 전라권 지역의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군산은 풍력·태양광 등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어, 호주 기업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며 지방정부 차원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리 대표가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부유식 태양광(Floating Photovoltaic)과 숯의 일종인 바이오차(biochar) 산업이다.
"호주는 땅이 넓지만 가뭄이 심각합니다. 저수지나 댐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땅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고, 수면 증발을 줄여 물 자원도 지킬 수 있습니다."
바이오차를 활용한 친환경 농업에 주목하고 있는 그는 "바이오차는 비료가 아니라 토양 구조를 개선하는 탄소저감형 제품"이라며 이미 한국 과수원에 납품 중이며, 호주와 같은 농업 중심국가에서도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호주 외무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호재단'(Korea-Australia Foundation)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 재단은 양국 간 인적·문화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펀딩 사업을 수행한다.
그는 호주 교수들과 함께 양국 관계를 주제로 한 학술 포럼, 예술 교류, 문화공연 등을 후원하고 있다.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이 진정한 파트너십이라고 했다.
특히 리 대표는 오는 12월 1일 시드니에서 한국 발전상을 호주 주류사회에 알리는 대표적인 연례행사인 '2025 호주와 한국, 더 가까워진 두 나라. 새로운 세상(Australia-Korea Closer than ever:The New Era)'을 개최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는 재외동포청이 후원하고, 리 대표가 부회장을 맡고 있는 호주한인비즈니스연합회(VoKAB) 주최로 열리며, 올해는 재생에너지와 정치·산업 협력을 주제로 한·호 양국의 지속 가능한 협력 방향을 논의한다.
리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매년 설날을 맞아 한국의 12간지 동물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휴대전화에 저장된 3분 분량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지난해는 푸른 용, 올해는 지혜로운 뱀, 내년에는 용감한 말을 한국의 '디케릭' 이라는 회사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호주 사회에 한국을 알리고 있다.
리 대표는 재생에너지와 비즈니스, 문화교류까지 포괄하는 활동을 통해 한·호 관계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기술력과 혁신이 강점이고, 호주는 자원과 인프라가 강하다"며 "서로의 강점을 연결하면 재생에너지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상 네트워크와 재외동포 커뮤니티가 이 협력의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재생에너지 사업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신뢰가 더 중요하다"며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호주 시장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에너지 협력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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