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휴비' 4조2교대→'주주오오야야휴비' 4조3교대
현장 경찰 "근무시간 짧아졌지만 피로는 더 누적돼"
일률 적용보단 지역별 맞춤 설계 필요하단 지적도
[서울=뉴시스] 조성하 이윤석 수습 기자 = 경찰이 전국 지구대·파출소 8곳에서 4조3교대 등 근무 시범운영을 시작한 지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현장에서는 피로가 누적된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13일부터 전국 지구대·파출소 8곳에서 기존 12시간 근무 기반 4조2교대를 대신해 4조3교대와 5조3교대 근무제를 시범운영 중이다.
기존 하루 12시간 근무 체계를 하루 10시간 이내로 줄이고 주간, 오후, 야간 세 교대로 나눠 근무하는 방식이다.
4조3교대는 '주간 2일-오후 2일-야간 2일-휴무 2일' 순으로 8일 주기로 순환한다. 5조3교대는 여기에 한 조를 추가해 하루 근무시간을 더 줄이는 형태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근무시간은 짧아졌지만 교대가 잦아 피로가 더 누적된다" "현장 상황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등 볼멘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직장협의회는 경찰청에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고, 전문가들은 획일적 적용 대신 지역별 수요에 맞춘 유연한 설계를 주문했다.
지방의 한 경찰관 A씨는 "출근시간이 불규칙해 건강을 더 해치는 기분"이라며 "대중교통이 끊기는 시간대 퇴근이 잦고, 젊은 경찰관의 경우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과 어긋나 육아시간 사용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근무일이 늘었는데 수당은 그대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른 경찰관 B씨는 "기존엔 10일 중 5일 근무였다면, 지금은 6일 근무하고 3일만 쉰다. 근무일은 늘었는데 수당은 그대로라 불만이 나온다"고 했다.
또 다른 지구대 경찰관 C씨도 "하루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피로도는 더 높고, 야야(야간 2연속) 뒤에는 완전히 녹초가 돼 하루는 다운된다"며 "너무 힘들면 판단력이나 현장 대응 능력 자체도 떨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젊은 경찰들이 주로 쓰는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는 '생체리듬이 박살 나는 수준'이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주주오오야야휴휴 패턴이면 연속 야간근무로 건강권이 박살 난다', '브레인포그·편두통이 온다', '생체실험 같다'는 등 글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워라밸, 건강권, 수당 모두 박살 나는 근무 패턴을 (경찰청에서는)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대로면 젊은 경찰관들은 다 떠날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시범 첫 주 집회를 열고 전면 재논의를 촉구했다. 인력 충원 없는 교대제 개편은 경찰관의 건강권 침해와 치안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직협은 지난 13일 "경찰청은 인력 충원 없는 4조3교대 근무제를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며 "현장 대응력을 약화하고 경찰관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직협은 "4조3교대는 근무 간격이 지나치게 짧고 패턴 변화가 잦아 수면·회복 주기를 심각하게 파괴한다"며 "만성 피로와 면역력 저하, 심혈관계 질환 등 건강 악화 요인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제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범 운영의 취지가 건강과 복지 개선에 있다면, 일률적 적용보다는 지역과 시간대별 맞춤 설계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4조3교대는 근본적으로 건강, 복지에 유리할 수 있으나 호불호가 나뉘어질 것"이라며 "대도시와 지방 등 여건이 다른데 획일적으로 적용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치안 수요가 거의 없는 지역은 과감히 야간 근무제를 폐지하거나 주간 근무를 없애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며 "인력의 탄력적 운용과 재배치를 통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또 전문가들은 근무제 개편이 현장 의견 수렴과 추후 평가를 거쳐 치안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호불호가 갈리는 사안이니 전체적인 의견 수렴이나 시범운영 결과를 통해 확대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평가의 잣대는 치안 서비스와 범죄 대응력이어야 한다"며 "생활 불편 논쟁을 넘어 어떤 근무 형태가 국민에게 더 나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범죄 대응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은 지난 13일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장시간 교대체제의 문제점이 있을 수 있어 다양한 근무체계를 시범 운영하게 된 것"이라며 "8주간 (시범운영) 실시 후 현장 대응력과 근무자 만족도 등 결과를 토대로 적합한 체계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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