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헤즈볼라 무장해제시 걸프 산유국들 레바논 남부 투자개발"

연합뉴스

입력 2025.11.02 07:49

수정 2025.11.02 07:49

트럼프 중동 평화구상 따라 미국 중동특사 빅딜 제안 "강요는 좋은 생각 아냐…레바논·아랍엔 자존심이 중요"
"헤즈볼라 무장해제시 걸프 산유국들 레바논 남부 투자개발"
트럼프 중동 평화구상 따라 미국 중동특사 빅딜 제안
"강요는 좋은 생각 아냐…레바논·아랍엔 자존심이 중요"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 대사 (출처=연합뉴스)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 대사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만약 헤즈볼라가 무장을 해제하고 이란과 관계를 끊는다면 레바논 남부를 개발하는 사업에 중동 산유국들이 최대 100억 달러(14조 원)를 투자할 용의가 있을 것이라고 미국 고위 외교관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정부가 중동 평화질서 구축을 위해 레바논과 내부 무력정파인 헤즈볼라를 군사력으로 굴복시키기보다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설득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는 이날 바레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그는 "그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우리는 그 점을 잘 안다.

레바논인들과 아랍인들에게는 자존심이 중요한 문제다"라며 "이들을 끌어들여서 선택을 제공한다면 성공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뭔가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걸프 국가들이 헤즈볼라가 무장해제를 하기 전에는 레바논에 투자하는 데에 회의적이라면서도, 이들이 그 계획에 자금을 댈 용의가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그것을 포함해 남부 운영에 최대 100억 달러를 투자할 용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럭 특사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올해 초 출범한 레바논의 약체 연립정부와 레바논 정부군에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키라는 압박을 몇 달간 가한 후에 나왔다.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저항을 정체성으로 삼는 이란의 대리세력 헤즈볼라를 군사적으로 약화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구상의 핵심 난제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헤즈볼라가 깊이 연계된 가자지구 전쟁을 종식시킬 평화구상을 시행하고 있으며, 가자지구의 성과를 토대로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새 안보 질서를 구축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헤즈볼라는 최근 수년간 레바논에서 군사적·정치적으로 주도권을 지닌 세력이었으며, 현 연립정부 내각에도 공동여당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 테러공격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남부의 하마스 사이에 전쟁이 발생했으며, 13개월간 전쟁이 계속되다가 미국의 중재로 휴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휴전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고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거점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점령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에서 큰 타격을 당한 헤즈볼라가 군사력을 재건하려고 시도중이라고 주장한다.

레바논에서는 정부 측이 헤즈볼라에 무장해제를 강제하려고 시도하다가 새로운 내전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배럭 특사는 이런 우려를 인정하면서 "레바논에게 자국 정당 중 하나에 대해 강압적으로 무장해제를 시키도록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모두가 내전으로 가는 것은 죽도록 두려워한다. 문제는 헤즈볼라가 그 로켓들과 미사일들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 무장해제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도 레바논이 "실패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헤즈볼라 전투원이 4만명인데 레바논 정부군은 6만명이고 헤즈볼라 대원들은 월 2천200달러(310만원)를 받는데 정부군 병사들은 고작 275달러(39만4천원)를 받으며 헤즈볼라가 1만5천발 내지 2만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헤즈볼라다"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배럭 특사는 헤즈볼라가 전쟁 전에 레바논 남부에서 전투원 봉급을 지급하고 교육 등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쓴 돈이 연간 수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배럭 특사는 레바논이 이스라엘과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만약 헤즈볼라가 무장해제에 동의한다면 레바논 남부에 이스라엘과 맞닿은 국경을 따라 "산업 지구"와 "리조트"를 짓도록 걸프 국가들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구상이 레바논의 입장에서는 새로 기부금을 받아 사업을 하는 것과 같다면서 "우리가 그 동안 8억 달러(1조 원)의 자금을 댈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레바논을 위하는 마음으로 순순히 무기를 내려놓고 마을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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