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4년은 황선홍 감독에게 악몽으로 남아 있다. 현역 때도, 지도자로도 숱한 롤러코스터를 탄 황 감독이지만 그때만큼 굴곡진 시간도 없었다.
황 감독은 2024년 4월 23세 이하(U-23) 대표팀으로 이끌고 출전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이라는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해 여름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린 중요한 대회였는데, 우승은 고사하고 1차 목표였던 4강 진출에도 실패했으니 지탄을 피할 수 없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를 이끌었던 황 감독은 불과 6개월 만에 '국민 영웅'에서 '역적'으로 추락했다.
그랬던 황 감독이 2024년 6월 K리그1 강등권에 처한 대전의 지휘봉을 잡는다 했을 때 여기저기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다. 당시 대전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기에, 흔들림을 바로 잡지 못하고 강등된다면 황 감독 지도자 커리어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두려움 없이 정면으로 맞섰고, 만신창이가 됐던 황새는 2년 만에 다시 훨훨 하늘을 날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전이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5라운드’ 홈경기에서 FC서울을 3-1로 꺾었다. 4연승을 질주한 대전은 17승10무8패(승점 61)를 기록, 같은 날 포항에게 0-1로 패한 김천상무를 끌어내리고 2위로 올라섰다.
0-0으로 전반전을 마친 대전은 후반전 들어 맹공을 퍼부었다. 후반 1분 아크 서클 부근 오른쪽에서 이명재가 시도한 왼발 프리킥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온 것을 안톤이 머리로 받아 넣어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반 8분 하창래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후반 30분 '가을 남자' 마사의 추가골, 후반 38분 유강현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 쐐기골이 터지면서 승점 3점을 챙겼다.
황 감독은 파이널라운드를 앞두고 진행한 미디어데이에서 "남은 5경기가 모두 '승점 6점' 경기"라며 "2위로 시즌을 마치기 위해 5경기에서 무조건 3승 이상은 해야 한다. 특히 첫 번째(포항전) 두 번째(서울전) 경기가 중요하다. 상승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는데, 목표대로 가고 있다. 대전은 파이널 첫 경기서 포항을 2-0으로 완파한 바 있다.
대전은 시즌 종료까지 3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3위 김천(승점58)에 3점, 4위 포항(승점 54)에 7점 앞서며 준우승 확률이 높아졌다. 2위는 내년 ACLE 자동 출전권을 갖는다. 창단 이래 처음 파이널 A그룹 진출한 것에 이어 이제 아시아 클럽대항전 진출도 코앞이다.
황선홍 감독은 "2부에서 시작했던 대전하나시티즌 초대 감독 시절부터 구단의 글로벌화를 위해서 ACLE 진출을 강조했다.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고 시작했고, 드디어 올해 기회가 왔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가 누누이 강조한 지향점이 이제 눈앞에 보이고 있다.
'지난해 흔들리는 대전 지휘봉을 잡았을 때 두려움이나 부담이 없었냐'고 묻자 황 감독은 "왜 없겠는가"라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평생을 승부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다면 승리할 자격도 없다" 했다.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을 때 가혹한 호사가들은 "황선홍 지도자 인생은 이제 힘들어졌다"는 악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황새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대전 구단은 지난달 30일 황 감독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2025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나 벌써 '2026년 황선홍의 대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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