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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굶은 '편의점 장발장'에 수액 놔준 형사들 경찰청장 표창

연합뉴스

입력 2025.11.03 11:57

수정 2025.11.03 11:57

김민석 총리 "미리엘 신부 역할했다…고통받는 사람 배려해야"
열흘 굶은 '편의점 장발장'에 수액 놔준 형사들 경찰청장 표창
김민석 총리 "미리엘 신부 역할했다…고통받는 사람 배려해야"

'편의점 장발장' 표창 수여 (출처=연합뉴스)
'편의점 장발장' 표창 수여 (출처=연합뉴스)


(청주=연합뉴스) 박건영 기자 = 배고픔을 못 이겨 편의점에서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50대에게 사비를 털어 영양 수액을 맞게 해 준 형사들이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이종원 충북경찰청장은 3일 오전 청주청원경찰서를 방문해 형사과 김영태 경감, 박노식 경위, 조성훈 경사, 민경욱 경장, 이황 경장에게 경찰청장과 지방청장 표창장을 전달했다.

김 경감 등은 지난달 22일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편의점에서 5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쳐 달아난 50대 A씨를 사흘 만에 그의 거주지인 인근 원룸에서 붙잡았다.

검거 당시 A씨는 열흘 가까이 굶어 심하게 야윈 채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형사들이 부축하자 그대로 주저앉을 만큼 기력이 없었다.

이에 형사들은 수갑을 채우는 대신 그에게 죽을 사 먹였고, 병원으로 옮겨 사비를 털어 영양 수액을 맞게 했다.



A씨는 지난 7월 일거리가 끊긴 이후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으며, 기초생활수급이나 민생회복지원금 등 복지제도의 존재 자체를 몰라 손을 놓고 있었다.

경찰은 불구속 수사를 결정한 뒤 A씨를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데려가 복지제도 신청을 도왔다.

소식을 접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형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공로를 치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는 SNS를 통해 "장발장에게 용서의 손길을 내민 것은 미리엘 신부님이었으나, 청주 편의점 사건에서는 형사들이 그 역할을 했다"며 "경찰관은 범죄에 엄격해야 하지만,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의 역시 공직자의 기본자세"라고 했다.

이종원 충북청장도 표창을 수여하면서 "범인 검거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경찰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도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픔과 기쁨에 공감하는 따뜻한 경찰이 돼달라"고 격려했다.

A씨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심사를 받는 3개월 동안 매달 76만원의 임시 생계비를 지원받는다. 심사가 완료되면 일자리도 얻을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팀장인 김 경감은 "앞으로도 엄정한 법 집행을 원칙으로 하면서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u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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