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 주관 '하루 페스트' 행사에 역대 최대 15만명 모여
K팝, K-드라마에서 한식으로…한식·한복·화장품 체험 인기몰이
한인 이민 60주년 맞아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현지인 보면 감개무량"
[르포] 김밥·떡볶이에서 화장품까지…아르헨 매료시킨 K-문화한인회 주관 '하루 페스트' 행사에 역대 최대 15만명 모여
K팝, K-드라마에서 한식으로…한식·한복·화장품 체험 인기몰이
한인 이민 60주년 맞아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현지인 보면 감개무량"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9살 손녀가 케데헌(K팝 데몬 헌터스) 광팬이고 나는 K-드라마 '환혼' 팬이라서 꼭 이번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어요."
초록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날리아(58)씨는 딸 마리엘(30)씨와 함께, 한인회에서 주최한 '하루 페스트'에 참여하러 지방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어린 손녀를 통해서 한국 드라마를 챙겨보게 되었다"며 "이런 행사에는 처음 왔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음식도 너무 맛있고 한복도 예쁘다"라며 활짝 웃었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레르모 공원에서 2025년 '한인의 날' 문화 축제 '하루 페스트'가 2일(현지시간) 개최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허파라고 불리는 팔레르모 공원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한인회 추산 15만명 이상이 참여해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한인회 연례행사로 '아르헨티나에서 한국 문화를 만끽하자'라는 모토 아래 주최된 이번 행사에는 김밥, 떡볶이, 치킨, 핫도그 등을 맛볼 수 있는 한식 부스, 한복 체험, 한국어 교재 판매 및 K-뷰티 등 다양한 부스가 마련됐다.
시민들은 한식을 맛보려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올해 새로 추가된 K-뷰티 부스에는 한국 화장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아르헨티나의 화장품 및 위생 관련 제품 판매 대형체인점인 P사의 담당자 루스(54)는 세계 곳곳에서 불고 있는 K-뷰티 열풍으로 한국 화장품을 올해부터 확보해, 각 지점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도 별도의 부스에서 K팝 앨범 전시회를 개최했다.
아이돌이 직접 서명한 앨범을 보던 K팝 현지 팬은 "믿을 수가 없다"고 반복해서 말하더니 감격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두 딸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는 안드레아(52)씨는 "큰딸 발렌티나(20)가 한국 드라마 '여신강림'을 보고 팬이 되어 나도 한국 드라마를 같이 보기 시작했고 '사내연애', '사랑의 불시착', '더글로리' 등을 봤다"고 말했다.
작은딸 레나타(15)는 먹고 있던 김밥을 보여주며 "케데헌에서 김밥을 봤고 맛이 궁금해서 샀다"고 말했다.
분홍색 한복에 족두리까지 쓴 귀여운 꼬마 소녀 타이스(10)도 케데헌 팬이라고 하면서 영화 속 주인공 루미를 가장 좋아하고, 사자보이스가 부른 '소다팝' 노래를 좋아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유독 딸과 함께 온 엄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딸이 BTS 팬이어서 K팝을 거쳐 자연스럽게 K-드라마를 보게 됐고, 딸이 보니 같이 보면서 팬이 됐다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엄마가 먼저 팬이 돼서 딸도 덩달아 팬이 된 경우도 있었다.
마이라(19)씨는 엄마 세실리아(54)씨가 한국 음식을 좋아해 오늘 떡볶이를 같이 먹었다면서 자신은 한국 음식을 먼저 알게 됐고 후에 K팝 팬이 됐다면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팬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우연히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왔다가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사라(26)씨는 "사람들이 뭔가 맛있는 걸 먹는 것 같아서 샀다"면서 손에 든 핫도그를 보여줬다. 행사장에는 강아지와 산책 나온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 음식과 화장품 외에도 한복 체험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복을 입고 셀피를 찍던 지셀(32)씨와 아라셀리(30)씨는 자신들을 BTS의 팬클럽인 '아미'라고 하면서 "처음 왔는데 맛있는 것도 많고 드라마에서만 보던 한복을 입게 돼서 너무 좋다"면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딸과 같이 온 아나(42)씨는 "6살 딸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같이 '여신강림'을 보는데 매번 볼 때마다 라면이 나와서 먹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라면을 먹을 때 배우들이 '호로록' 소리를 내면서 먹는데 나는 정작 어린 딸한테 음식 먹을 때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식탁예절을 가르치고 있는데 같이 볼 때마다 매우 난감하다"면서 웃었다.
최도선 한인회장은 "올해는 '한인 이민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인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부촌 팔레르모 지역에서 약 15만명의 현지 시민들 관심 속에서 한국 문화 행사의 날을 개최해 감개무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70년대 초기에 아르헨티나에 이민 와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현지인들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이런 날이 올지는 몰랐다"며 뿌듯해했다.
이민 온 지 20년이 되었다는 장이영(49)씨는 "어려서 부모님과 이민 온 이민 1.5 세대들과는 달리 난 대학과 군대를 마치고 아르헨티나에 와서 결혼해서 자리를 잡은 사례"라면서 "이미 기반이 잡힌 한인 사회의 혜택을 받아 성공한 만큼 나도 한인사회 청년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 온 지 48년이 된 이강진(66)씨는 '한국 이민 60주년'과 관련 "아르헨티나는 정이 많고 정말 좋은 나라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여유로운 나라여서 이민 잘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이오드리(17) 학생은 "이민 사회가 안정되고 성공하면서 정작 부모님들은 갖지 못했던 기회를 우리 2세들은 가질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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