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호주의 사회학자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는 젊은 남성의 분노와 여성혐오·극우화를 '나쁜 남자'의 일탈로 축소하지 않는다. 그는 온라인 남성 커뮤니티(매노스피어) 현장을 해부하며 레드필·자기계발 신화·허무주의의 회로를 추적하고, '대응'이 아닌 '대안 서사'라는 해법을 제안한다.
책은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라는 제목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통념의 단선적 답 '유해한 남성성'에 제동을 건다. 남성성은 시대·공간·역사·지역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다.
코플런드는 연구자답게 온라인 남성 커뮤니티(매노스피어)와 그 속을 관통하는 정념의 언어를 수집·분석한다. 그의 결론은 명료하다. 많은 젊은 남성은 '상처 입은 주체'로서 신자유주의 이후의 세계에서 길을 잃었고, 그 상처를 설명해 주는 언어를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저자가 재구성한 핵심 서사는 이렇다. 전후 산업사회가 약속한 남성성(부양자·보호자·공동체의 기둥)은 신자유주의에서 붕괴했다. 일은 교체 가능한 계약이 되었고, 공동체는 '장식적 문화'로 대체됐다. 남성성의 사명은 약화됐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부양·보호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이 이중 과제가 좌절을 낳는다.
남성 권리 운동의 일부는 가정폭력·성폭력 이슈를 '남성에 대한 음모'로 프레이밍한다. 믹타우(MGTOW) 등 일부 커뮤니티는 '여성의 거짓 고소가 빈번하다'는 믿음을 유통하며 '관계 단절'을 처방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이 믿음은 남성의 상처에 대한 왜곡된 번역이다.
남성의 실패는 드러나지 않는다. 실패를 시인하는 순간 '남성적이지 않다'는 낙인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패는 감춰지고, 감춰진 실패는 더 큰 분노로 순환한다. 소셜 미디어의 네트워크는 깊은 유대 대신 짧은 댓글·밈 소비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저자가 대안도 제안한다. 먼저, '진실의 핵심'(그들이 실제로 그렇게 느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둘째, 그 감정의 출처인 신자유주의 경제·불안정 노동·고립의 구조를 고민한다. 셋째, '개방성·민주주의·사회적 가치'의 긍정적 서사로 비난 없는 비공개 상담·대화가 효과적이다.
저자는 젊은 남성의 분노를 밀어내지 않고 붙잡아 해석해 '금지'보다 '번역'을, '추방'보다 '연결'을 제안한다.
△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 지음·송은혜 옮김/ 바다출판사/ 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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