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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상고 포기…16년만 무죄 확정

뉴시스

입력 2025.11.04 11:25

수정 2025.11.04 11:25

검찰 "위법수사 지적 무겁게 받아들여…피고인·가족에 사과"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백모(71·오른쪽)와 딸(41)가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 결과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씨와 딸은 지난 2009년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와 지인에게 마시게 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인 등)으로 2012년 대법원에서 각기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2023년 9월 재심이 개시, 이날 사건 발생 16여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1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백모(71·오른쪽)와 딸(41)가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 결과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씨와 딸은 지난 2009년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와 지인에게 마시게 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인 등)으로 2012년 대법원에서 각기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2023년 9월 재심이 개시, 이날 사건 발생 16여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10.28. leeyj2578@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검찰이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재심 무죄 판결에 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건 발생 16년 만에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부녀에 대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검찰청은 4일 공지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해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 없이 피고인들에게 자백을 유도하고, 자백 진술을 받을 당시 진술거부권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으며, 합리적 이유 없이 수갑과 포승으로 피고인들을 결박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또한 "적법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할 검찰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이로 인해 오랜기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향후 피고인들에 대한 보상절차 및 명예회복 조치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재 논의 중인 검찰개혁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범죄 피해자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형사절차 개선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백모(75)씨와 백씨의 딸(41)은 지난 2009년 7월6일 순천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청산염)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함께 마신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백씨 부녀가 갈등 관계였던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했다고 봤다.

1심은 부녀의 자백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012년 3월 대법원은 2심과 마찬가지로 아버지 백씨에게 무기징역, 딸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해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범행에 쓰였다는 막걸리 구입 경위가 불확실한 점, 청산 입수 시기·경위와 법의학 감정 결과가 명확히 일치하지 않았던 점, 부녀의 진술 태도와 달리 검찰 작성 조서는 구체적으로 기재된 점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백씨 부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유죄 확정 10여년 만인 지난 2022년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의 법률 대리인인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이 허위 자백을 강요한 뒤 조서를 왜곡했고, 백씨 부녀에게 유리한 증거만 재판에 내지 않았다고 보고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리자 검찰은 항고했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은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해 재심 절차가 시작됐다.

재심을 맡은 광주고법은 지난달 28일 백씨 부녀에 대한 재심에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강압 수사를 통해 확보된 주요 자백 진술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부녀의 손을 들어줬다.


재심 재판부는 "지적 능력,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등을 살펴볼 때 딸 백씨는 지능지수 74점 정도의 경계성 지능을 가졌다"며 "그럼에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초 자백을 비롯한 여러 진술 조서 작성 시 신뢰관계자의 동석이 이뤄지지 않은 점, 진술 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은 점, 자백 진술의 개연성을 볼 때 수사기관에서 유도 심문을 반복적으로 했던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범행 공모 동기였던 부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 역시 "수사관의 막연한 추측과 검사의 요청에 따라 관련 질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범행 동기가 객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워 인정되지 않는다"며 "재심 개시 증인 신문에서도 부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할만한 객관적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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