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블랙웰 칩 中과 논의하겠다 했지만…참모진 반대에 언급 안 해
백악관 "국익이 우선"…젠슨 황 CEO "中 시장 잃을까 우려"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 직전,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 수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회담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이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블랙웰 칩 수출은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역량을 강화해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전달했고, 결국 관련 논의는 회담 의제에서 제외됐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자석 수출을 허용하는 대가로 일부 양보책을 검토 중이었지만,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도 수출 승인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참모진 대부분의 반대에 부딪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블랙웰 칩 문제를 의제로 올리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WSJ은 전·현직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사안은 미국의 대중 기술정책 방향을 뒤흔들 잠재력을 가진 중대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통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중국 시장 접근권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로비를 벌여왔다. 그는 회담 직전 워싱턴에서 열린 엔비디아 행사에서 "중국은 세계 AI 연구자의 절반이 있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이 시장을 영영 잃을까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법을 찾아주길 바란다. 지금 우리는 매우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블랙웰 칩의 대중 수출 규모는 잠재적으로 수백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중국의 AI 기업들을 엔비디아 생태계에 묶어두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용으로 성능을 낮춘 '블랙웰' 버전의 수출 승인을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요 기업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도 "시 주석과의 역사적 회담이 보여주듯, 대통령의 판단 기준은 언제나 미국 국민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美中 정상회담 이후 입장 바꾼 트럼프 "블랙웰 칩, 다른 나라에 안 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성능이 낮은 블랙웰 칩의 제한적 수출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해 왔지만, 이번 회담 이후 입장을 바꿨다. 전날 방송된 CBS뉴스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중국이 엔비디아와 거래할 수는 있지만, 가장 첨단 칩은 아니다"라며 "블랙웰 칩은 다른 나라에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2022년 도입된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첨단 칩을 중국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행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황 CEO는 내년 4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도 로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용 블랙웰 버전이 수출 승인되더라도 상업적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백악관은 지난 8월 엔비디아가 중국 내 반도체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수수료 형태로 납부하는 조건으로 중국 전용 모델 'H20' 칩의 수출을 일부 허가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곧바로 자국 빅테크 기업들에 해당 칩 구매 자제를 압박하며, 자국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4월 이후 중국에 H20 칩을 한 개도 판매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수십억 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황 CEO는 이달 초 "현재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히 철수한 상태고, 시장 점유율은 0에 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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