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달리고 부수고 고친다'…도요타 R&D 심장부, 테크니컬 센터[르포]

뉴스1

입력 2025.11.04 12:02

수정 2025.11.04 12:02

3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인근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 내 전시관에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테스트 로드를 주행하다가 전복 사고를 낸 'GR 야리스' 차량이 놓여있다(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공동취재). 2025.10.31.
3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인근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 내 전시관에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테스트 로드를 주행하다가 전복 사고를 낸 'GR 야리스' 차량이 놓여있다(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공동취재). 2025.10.31.


도요타 테크니컬센터 시모야마 소속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기능양성부 부장(오른쪽)과 야부키 히사시 처완기능양성부 주사(왼쪽)가 3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인근에 위치한 센터 전시관에서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모습(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공동취재). 2025.10.31.
도요타 테크니컬센터 시모야마 소속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기능양성부 부장(오른쪽)과 야부키 히사시 처완기능양성부 주사(왼쪽)가 3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인근에 위치한 센터 전시관에서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모습(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공동취재). 2025.10.31.


3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인근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의 제3주회로(컨트리로) 입구에서 (왼족부터) 'GR 코롤라' 2대와 'GR 야리스' 2대가 정차한 모습(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2025.10.31.
3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인근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의 제3주회로(컨트리로) 입구에서 (왼족부터) 'GR 코롤라' 2대와 'GR 야리스' 2대가 정차한 모습(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2025.10.31.


3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인근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의 제3주회로(컨트리로)에서 'GR 야리스' 차량이 질주하는 모습(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2025.10.31.
3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인근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의 제3주회로(컨트리로)에서 'GR 야리스' 차량이 질주하는 모습(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2025.10.31.


(나고야=뉴스1) 김성식 기자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도요타의 고성능 브랜드 'GR'의 소형 해치백 'GR 야리스' 1대가 부서진 상태로 놓여 있다. 차량 앞 유리는 마치 주먹을 한 대 맞은 듯 움푹 파였고 대시보드 위로는 유릿가루가 흩뿌려져 있어 사고 당시 충격을 실감 나게 했다.

지난달 31일 방문한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인근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GR, 렉서스 브랜드 차량의 주행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테스트 로드가 눈에 들어왔다. 총 3000억엔(약 2조 7000억 원)을 투자해 지난해 3월 공식 개관한 이후 약 3000명의 GR·렉서스 차량 개발팀과 테스트 드라이버들이 근무하며 도요타 연구개발(R&D)의 심장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 전시관에는 반파된 GR 야리스 1대가 관람객들을 맞았다.

사고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었다. 그가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출전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2년 전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센터 내 테스트 로드를 주행하던 중 전복 사고가 발생했다.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기능양성부 부장은 "다행히 아키오 회장이 차량 전복 직후 안전벨트를 풀고 걸어 나왔을 정도로 무사했다"며 반파된 GR 야리스는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달리고 부수고 고친다'는 도요타의 개발 철학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출전용 차량 개발 노하우, 양산차 적용…'풀체인지' 대비 업데이트 빨라

이어 "전복 사고 직전 차량 엔진이 잠시 멈췄는데 엔진이 재가동되면서 그 전에 세팅한 제어 값이 원상 복구되는 바람에 드리프트 구간에서 차량 제어가 원활하게 안 됐다. 이후 엔진이 멈추더라도 제어 값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잡아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출전용 차량을 개발하며 쌓은 이런 노하우는 일반 양산차에도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개선 사례로는 범퍼를 꼽았다. 그는 "레이스 차량은 범퍼가 충돌로 인해 많이 부서지는 편인데, 일부가 부서졌다고 전체를 바꾸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범퍼를 3분할로 제작해 사고 시 부분적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일반 양산차에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GR 86' 기어 강도를 높인 것도 모터스포츠 출전 산물이다. 야부키 히사시 처완기능양성부 주사는 "GR 86을 출전용으로 개발하던 도중 시프트 체인지 시 클러치를 밟지 않고 변속하면 순식간에 기어가 고장 나는 문제를 확인했다. 처음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어 강도를 강화했다"며 "내부에선 오버스펙을 이유로 찬반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양산차에도 동일한 강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토요오카 부장은 "대회를 기점으로 더욱 좋은 차를 만들자는 게 GR의 핵심"이라며 "일정이 다가오기까지 최대한 개선 작업을 하고 시합에 나간 뒤 미흡한 부분은 다음 대회까지 고쳐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요타는 보통 4년을 주기로 차량을 완전 변경(풀체인지)하는데 모터스포츠를 출전하다 보면 매년 개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獨 뉘르부르크링 옮겨 놓은 '제3주회로'…고저차 75m '혹독한 주행환경' 재현

센터에는 전시관, 연구개발동과 함께 △고속주행로 △특수시험로 △제3주회로(컨트리로) 등 총 3개의 테스트 로드가 마련돼 있다. 이날 취재진이 견학한 곳은 제3주회로다. 유럽 컨트리 로드와 독일 뉘르부르크링과 같은 혹독한 주행 환경을 5.3㎞ 길이의 코스에 고스란히 재현해 놨다.

일반적인 테스트 로드가 평평한 것과 달리 제3주회로는 고저차 75m에 경사도가 최대 15%에 달한다. 오르막에서 내리막으로 급격히 바뀌는 이른바 '점핑 스폿'은 7곳이나 돼 차량에 착지 하중을 걸리게 한다. 거친 노면 구간과 콘크리트 단차 구간, 횡단 배수로 단차 구간 등도 설치해 다양한 노면 조건에서 차량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게 했다.

전문 드라이버가 모는 GR 코롤라 차량에 동승해 제3주회로를 총 2바퀴 주행했다.
코스 설명을 위해 첫 1바퀴는 정속으로, 2바퀴는 실제 테스트 상황을 가정에 고속으로 달렸다. 최대 시속 160㎞로 오르막을 내달리다가 점핑 스폿에 도달하니 차량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직후 내리막에서는 온몸이 밑으로 꺼지는 듯한 다운포스(중력)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