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캄보디아에서 투자리딩 사기 범죄단체를 조직해 422억 원을 편취한 일당 12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31일까지 총책 등 19명을 구속 송치하고, 대포통장을 제공하는 등 범죄에 가담한 11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이 범죄단체는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콜센터(사기 실행팀), CS센터(자금 관리팀), 대포통장 유통팀, 자금세탁팀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지난해 1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은 온라인 SNS를 통해 투자전문가 행세를 하며 "알려주는 대로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라고 피해자 220명을 속이고 422억 원 상당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사건은 대포통장 유통팀 B 씨가 총책 A 씨의 지시를 받고 대포통장 전달을 위해 캄보디아 소재 범죄 단지로 갔다가 통장 사고(지급정지)로 감금·폭행을 당한 뒤 범죄 단지를 탈출해 경찰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이뤄졌다.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제보자인 공범 진술을 토대로 금융정보를 분석, 범죄 조직의 구조를 확인했다.
'콜센터'는 투자리딩 및 로맨스스캠 등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접근, 허위 투자사이트 및 모바일 앱으로 유인하여 투자금 송금을 유도했다.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면 'CS센터'가 신속하게 2차 경유 계좌로 이체하고 총책의 지시를 받아 수익금을 정산하거나 자금세탁팀에 전달했다.
'테더상'이라 불리는 자금세탁팀은 수익금을 가상자산 거래소, 상품권 업체를 통해 세탁·현금화해 총책에게 전달했다. '장집'(대포통장 유통팀)은 허위의 법인을 등록하고 법인 명의 통장을 다량 개설하는 방법으로 대포통장을 모집해 총책에게 전달했다.
경찰은 금융 영장을 집행하고 계좌를 추적해 총책 A 씨를 특정해 지난 1월 은신처에서 검거했다. 현장에서 현금 1억6700만 원, 대포통장 6개, 대포폰 9대, OTP 4개 등 범행 도구를 압수했다.
이후 콜센터, CS센터, 테더상, 장집의 팀장 및 팀원 등 핵심 인물 41명을 특정했고 국내에 소재한 26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또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제공한 103명도 함께 검거해 신종금융사기 범죄단체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경찰은 현재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미검 피의자 15명에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여권 무효화·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내린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피라미드 형태이나 총책 이외 다른 팀과는 소통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차단돼 있었다. 총책 A 씨는 친형과 조카를 CS센터, 콜센터 팀장 등 주요 직책에 포진시켜 가족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폐쇄적 구조 속에서 범행을 치밀하게 자행했다.
총책 A 씨는 피해자가 투자금으로 인식해 송금할 수 있도록 법인 명의 대포통장을 모집·이용했으며 수익금 경유 계좌 내지 최종 보관하는 안전 계좌에는 사회적 약자인 농아인 명의 통장을 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이버금융사기 근절을 위해 해외 수사기관 및 금융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범죄수익의 신속한 동결·환수를 통해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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