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송금 상대방의 정보가 표시되지 않는 점을 노려 인터넷뱅킹 대량 이체로 회삿돈을 빼돌린 간 큰 회사 경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횡령한 돈은 5년간 6억원에 달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주관 부장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부산 사하구의 한 회사에서 자신의 계좌로 회삿돈 약 6억6995만원을 빼돌려 개인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회계 업무를 맡은 A씨는 회사 계좌에서 인터넷뱅킹 대량 이체 방식으로 돈을 보내면 송금받는 계좌번호, 예금주, 은행 등이 표시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업무상 횡령이 아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이후 100만원 정도만 변제해 피해를 복구시키지 못해 비난 가능성이 높고, 회사가 A씨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A씨가 이전에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량 이체를 하면 송금 내역이 '빈칸'으로 찍힌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는 또 있다.
울산에선 한 업체의 재무이사가 이 수법과 함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회삿돈 54억원을 가로챘다. 이 때문에 회사는 부도가 났으며 직원 120명은 실직하기도 했다. 광주 업체 경리도 같은 방법으로 5억9000만원을 횡령했다. 대구에선 총무팀장이 20억원을, 인천의 경우 경리가 8억4000만원을, 서울은 회계 담당자가 12억원을 몰래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최소 3년 6개월에서 6년 8개월까지 장기 분할 방식으로 회삿돈을 가로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회사가 눈치를 챌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또 이들은 피해금액을 변제하는 사례도 드물었다.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는데 주요 판단 기준이 됐다.
전문가들은 10초면 이런 형태의 횡령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중은행은 10건 이상 대량 이체 송금을 할 때 예금주와 계좌번호, 은행이 강제 팝업 되는 '전체 내역' 의무 표시를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 이체는 '2인 결제'하는 시스템을 일부 은행이 도입했다. 경리 등 해당 업무 직원은 3년마다 순환 보직을 하고 매월 최소 한차례 이상 잔고 실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표는 은행이 무료 서비스하는 입출금 자동통지 문자서비스(SMS)를 이용해도 된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거래처 계좌 실시간 조회하는 것도 방법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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