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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외교 원로' 김영남 사망…평창올림픽때 대표단장 방남(종합2보)

연합뉴스

입력 2025.11.04 16:09

수정 2025.11.04 16:09

김정은 조문, 장례는 국장으로…정동영 "남북대화 물꼬에 기여" 조의
'北외교 원로' 김영남 사망…평창올림픽때 대표단장 방남(종합2보)
김정은 조문, 장례는 국장으로…정동영 "남북대화 물꼬에 기여" 조의

북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출처=연합뉴스)
북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외교에서 중책을 맡았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3일 사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인 김영남 동지가 97살을 일기로 고귀한 생을 마쳤다"고 부고를 전했다.

사인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부전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일 새벽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영남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했다.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사망 (출처=연합뉴스)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사망 (출처=연합뉴스)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의 장례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결정에 따라 국장으로 치러진다.



국가장의위원회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박태성 내각 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대남 업무를 맡았던 김영철·리선권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주목된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 담당 비서 사망 때는 장의위원회에 포함됐었다.

조문은 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뤄지며 5일 오전 9시 발인한다.

통신은 김영남이 1928년 일제 강점기 '항일애국자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소개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재직 중 모스크바 유학길에 올랐다가 1952년 귀국해 중앙당학교(김일성고급당학교) 교수를 거쳐 노동당 국제부에서 본격적으로 당 및 외교 관료로 정치에 입문했다.

20대 때부터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잔뼈가 굵은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권력 체제의 변화 속에서도 고위 간부라면 누구라도 한 번씩 경험하는 그 흔한 좌천과 '혁명화'를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인물로 꼽힌다.

1983년부터 정무원 부총리 겸 외교부장(현 외무상)을 맡았고, 1998년 김정일 정권 공식 출범 이후 21년간 대외적으로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지켰다.

대외활동을 기피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신해 사실상 정상외교를 도맡으면서 북한의 대표로 국제사회에 얼굴을 알렸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도 방북한 정상급 인사를 영접하는 등 정상외교의 한 축으로 활약하다가 지난 2019년 91세를 끝으로 60년 넘게 이어온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방남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면담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김영남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김영남 (출처=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 명의로 조의문을 내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김영남에 대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하여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영남과 수차례 만났다며 그가 호전적 수사를 즐겨쓰는 북한 간부들과 달리 정제된 언행이 몸에 밴 인물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영남이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을 찾아 오찬을 할 때 술잔을 들고 정 전 장관에게 먼저 다가와 "정 선생, 우리 그동안 평양에서 몇 번 만났지 않소. 오래간만에 한잔 하십시다"라고 인사를 건넸다고 전했다.


그는 고인에 대해 "온화한 인상에 원칙대로 움직이던 인물"이라며 외부 행사에서 연배가 한참 아래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게 상석을 양보하려한 모습을 떠올리며 그런 태도로 북한 권부에서 오래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북한 김영남, '눈물을 훔치며' (출처=연합뉴스)
[올림픽]북한 김영남, '눈물을 훔치며' (출처=연합뉴스)

a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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