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78)이 장남인 정대현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계열사 삼표산업와 에스피네이처가 약 74억 원 상당의 부당 거래를 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전날(3일) 정 회장과 홍성원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69)를 각각 공정거래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법인 삼표산업은 양벌규정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홍 전 대표와 공모해 2016년 1월~2019년 12월 그룹의 계열사 삼표산업이 사업상 필요한 원재료 구매 과정에서 비(非)계열사보다 고가에 판매하는 에스피네이처와 거래해 삼표산업에 약 74억 원의 손해를 가하며 에스피네이처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삼표그룹의 또다른 계열사 에스피네이처는 원재료 판매업체로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삼표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접수한 뒤 같은 해 12월 에스피네이처, 삼표산업, 정 부회장, 홍 전 대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공정거래법 공소 시효 만료를 앞두고 삼표산업과 홍 전 대표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먼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추가 공범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계속해 지난 5월 에스피네이처, 삼표산업 등에 추가 압수수색을 하고 정 회장에 대해서도 강제수사에 나섰다. 6개월간 혐의를 보강한 뒤 전날 정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홍 전 대표에게는 특경법 위반(배임)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삼표그룹의 지주사 지정, 유상증자 등이 모두 그룹 전체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배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2013년 11월 지주사가 기업가치를 일부 조정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정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를 지주사로 지정하고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한 뒤 흡수합병 과정에서 정 부회장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삼표그룹을 상대로 한 에스피네이처의 유상증자 참여 역시 정 회장과 정 부회장 지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고 조사됐다.
삼표산업이 고가의 원재료를 판매하는 에스피네이처와 거래를 계속하자 삼표산업 임직원들은 상당한 손해 발생으로 불만이 상당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럼에도 정 회장과 홍 전 대표는 이를 묵살하고 에스피네이처를 계속 부당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그 결과 에스피네이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해 유상증자 출자 대금 등 승계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탈법적으로 세습하기 위해 계열사 간 일감을 몰아주는 불법 관행에 엄정 대응해 법인만 고발됐으나 그 배후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하고 그 이익을 향유한 정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자는 사회적 지위, 경제적 배경을 막론하고 처벌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본건 피고인들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경쟁 질서를 해쳐 국가 경제를 교란하는 각종 공정거래사범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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