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독일에서 '카네이션' 공연을 보고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무대 위에 카네이션이 가득 깔려 있었고,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낯설고 충격적이었죠."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한 독일 탄츠테아터 부퍼탈 무용단원 김나영(61)은 '카네이션' 공연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인상을 회상했다.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무용 공연 '카네이션' 관련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탄츠테아터 부퍼탈 예술감독 다니엘 지크하우스를 비롯해 리허설 디렉터 에드워드 폴 마르티네스, 리허설 어시스턴트 김나영,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이 참석했다.
'카네이션'은 독일 현대 무용계의 거장 피나 바우쉬(1940~2009)의 대표작으로, 1982년 초연 후 40년 넘게 전 세계 관객에게 사랑받아 왔다. 이 작품은 탄츠테아터(Tanztheater)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힌다.
특히 '카네이션'은 2000년 LG아트센터 개관작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돼 한국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현대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올해 센터 개관 25주년을 맞아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김나영은 "피나 바우쉬의 철학 중 하나는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였다"며 "한국에선 '튀기보다 조화를 이루며 살라'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피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피나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무용단에 입단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예고에서 발레를 공부한 김나영은 세종대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떠나 1996년 탄츠테아터 부퍼탈에 입단했다. 2000년 LG아트센터 서울 공연에서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고, 이번에는 리허설 어시스턴트로 함께한다.
그는 또 "피나에게 받은 영향이 무척 크다, 피나는 무용수들에게 주제를 던져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무엇을 느끼고 표현하길 원했다"며 "처음엔 그런 작업 방식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그 경험이 제 작업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약 9000송이의 카네이션으로 가득 채워진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구현된다. 피나 바우쉬가 1980년 남아메리카 여행 중 칠레 안데스산맥에서 셰퍼드 개가 뛰놀던 카네이션 들판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했다.
공연은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 이어 14~15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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